한마리 최대 3천만원 희귀종 들여오기도…공범 4명·유통업자 13명도 입건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앵무새 알을 장기간에 걸쳐 대량 밀수한 전문업자들이 적발됐다. 앵무새 전문 밀수업자와 현지 공급 경로까지 드러난 첫 사례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모(42)씨를 구속하고 S(4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 공범 4명과 밀수 앵무새를 구매해 시중에 되판 동물판매업자 13명도 입건됐다.
전씨는 2013∼2016년 40회에 걸쳐 2억9천여만원 상당 앵무새를 밀수·판매해 4억9천만원가량 매출을 올리고 2억여만원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전씨는 지난해 구속 기소돼 최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S씨는 2012∼2016년 150회에 걸쳐 약 3억6천만원 상당 앵무새 등 동물을 들여와 5억3천여만원 매출과 1억7천여만원 수익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S씨를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앵무새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따른 부속서 Ι∼ΙΙ급 종이다.
Ι급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ΙΙ급은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동식물을 뜻한다. Ι급은 학술 목적 외에는 수출입이 금지되고, ΙΙ급은 허가 및 신고가 있어야만 수입·거래가 가능하다.
전씨와 S씨는 정부 허가 없이 앵무새 알을 몰래 한국에 들였다. 이 중에는 카카리키 등 CITES Ι급 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알을 식빵 사이에 끼우거나 솜을 깐 과자 깡통에 넣어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들여온 알은 자택이나 양식장에서 부화시킨 다음 판매했다.
당국에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자신들이 합법적으로 보유한 어미 새가 낳은 알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 관할 유역환경청으로부터 '국제적 멸종위기종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전씨는 거래가격이 1천만∼3천만원에 달하는 CITES Ι급 스칼렛마카우 성체와 마리당 600만원을 호가하는 피그미 원숭이 한 쌍을 마취시킨 다음 가방에 넣어 밀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흉기 등 금속재질 물체는 엑스레이에 쉽게 적발되지만, 동물 성체는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대만에서 앵무새를 밀수했고, S씨는 태국에서 밀수했다. 태국과 대만의 경우 전염병 우려가 있어 알을 포함한 가금류 수입 금지 지역이다. 경찰은 이들 각자에게 동물을 공급한 현지 브로커 A(37·대만인)씨와 B(37·여·태국인)씨를 현재 추적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전씨의 밀수·서류 조작 과정을 도운 공범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중 20대 여성 2명은 전씨로부터 밀수 방법을 배워 추가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S씨의 밀수품 운반을 도운 공범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전씨와 S씨가 밀수해 부화시킨 앵무새를 구매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조류원이나 인터넷 등지에서 고객들에게 판매한 동물판매업자 1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앵무새가 밀수된 사실을 알면서도 거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앵무새 총 153마리를 압수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검역을 전혀 거치지 않은 밀수종이 대량 반입됐으므로 방역체계에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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