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여고생이 저수지에 투신해 사망하자 '과도한 노동'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회사의 부당 노동행위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께 전주시 덕진구 한 저수지에서 한 특성화고 고교생 A(19)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A양은 전날 저녁 저수지 인근에서 친구와 어울리다 헤어졌다.
이날 A양은 다른 친구에게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꽃피우지 못한 청춘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음날 저수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양의 부모는 먼저 세상을 뜬 자녀의 시신을 보고 울며 가슴을 쳤다.
A양은 지난해 9월 8일부터 전북 전주에 있는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고등학교 졸업에 맞춰 이뤄지는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이었다.
A양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일명 'SAVE팀'에서 일했다.
전북민노총과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3개월간 수습을 마친 뒤부터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고등학생은 근로기준법상 하루 7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A양은 오후 6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였다.
A양의 아버지는 딸로부터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 늦게 퇴근할 것 같아"라는 문자메시지를 종종 받았다.
변심한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라 SAVE팀 업무는 사내에서도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고객의 해지 요청을 막지 못하면 상사에게 핀잔을 듣거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또 A양에게는 '현장실습 표준 협약서'에 명시된 금액에 못 미치는 월급을 줬다.
당초 협약대로라면 160만5천원을 받아야 하지만, A양은 근무 첫 달에 80만원, 둘째 달에 120만원가량을 받았다.
A양은 과도한 업무와 약속과 다른 '박봉'에 시달려야 했다.
A양은 종종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는 말을 부모에게 하기도 했다.
결국 A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회사의 SAVE팀에는 당초 십 수명의 특성화고 학생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단 두 명만 남아 있다.
2014년 10월 22일 이 회사 SAVE팀에 근무하던 B(30·여)씨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B씨는 '부당한 노동행위와 수당 미지급이 어마어마하다'는 고발성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회사 측은 A양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과도한 노동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가 잘 나오는 친구였는데 안타깝다"면서도 "수차례 A양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실적을 이유로 질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A양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전북민노총 관계자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감정노동을 감내하고 회사의 부당노동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회사의 부당노동 행위 실태와 현장실습 관리·감독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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