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역에서 쏜 각종 미사일 남한·주일미군 사정권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최근 들어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장소를 분석한 결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쏜 지역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발사 의도에 따라 발사 장소를 다르게 선택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 전역에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주일미군기지가 모두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발사한 곳은 평안북도의 철산군 동창리와 구성시 방현비행장을 비롯한 평안남도 숙천, 황해북도 황주, 황해남도 은율, 강원도의 원산과 함흥 등이다.
이 가운데 평북지역에서는 IRBM(2천400㎞ 이상)을, 평남과 황해도 지역에서는 사거리상 MRBM(800~2천500㎞)에 속하는 노동·스커드미사일을 주로 발사하고 있다. 강원도 원산과 함흥지역에서는 300㎜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를 쏘는 추세이다.
철산군 동창리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곳으로 높이 67m가량의 자동화된 고정식 발사대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 2월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에 위성체를 탑재한 '광명성 4호'를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6일 동창리 일대에서 IRBM으로 추정되는 4발을 발사했는데 이곳에서 장거리미사일이 아닌 IRBM을 쏜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장거리 로켓용 고정식 발사대는 이번 발사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륙 최서단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사거리 능력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특히 4발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발사한 것은 유사시 한반도로 증원하는 주일미군을 저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4발의 미사일은 일본 북쪽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 서쪽 300~350㎞ 동해상에 떨어졌다. 이 가운데 3발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나머지 한발은 EEZ 주변에 낙하한 것으로 일본 방위성은 판단했다.
구성시 방현비행장에서는 지난달 12일 '북극성 2형'을 최초 발사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무수단(BM-25·북한명 화성-10) 미사일을 2차례나 쐈다. 구성시는 동창리와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방현비행장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북극성 2형은 500여㎞를, 무수단은 400여㎞를 각각 비행했다. 사거리가 2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극성 2형과 3천㎞ 이상의 무수단의 사거리를 각각 줄여 쏘고자 북한내륙에서 가장 서쪽 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평남 숙천과 황해도 황주·은율은 MRBM인 노동미사일(최대 2천여㎞)과 스커드미사일(최대 1천㎞)이 주로 발사되는 곳이다.
지난해 9월 5일 황주에서는 1천㎞의 스커드-ER을 쐈다. 스커드(최대사거리 700㎞)를 개량한 스커드-ER의 시험 발사가 최초 포착된 사례다.
황주지역 인근 평양~개성간 고속도로에서는 지난해 7월 19일 노동미사일 2발과 스커드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 이동식 발사대는 고속도로에 건설된 터널에 숨어 있다가 발사 직전 전개됐다.
당시 북한은 "발사훈련은 미제의 핵전쟁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안의 항구,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을 모의하여(목표로)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해 3월 19일에는 스커드 2발을 발사했는데 500여㎞을 날았다.
황해남도 은율에서는 작년 8월 3일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1발은 발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발했고, 나머지 1발의 비행 거리는 1천km 내외로 파악됐다.
평남과 황해도에서 발사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하면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동시에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여러 발을 쏘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도 모두 요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강원도 원산과 함흥지역에서는 300㎜ 신형 방사포를 쏘는데 사거리가 200여㎞에 달해 충남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발사지점만을 놓고 보면 후방지역에는 IRBM, 중간지역에는 MRBM, 강원도 원산 부근에는 300㎜ 신형방사포로 '미사일 축선'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축선은 군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3개 탄도미사일 벨트와도 맞아떨어진다. 군과 국방연구기관은 현재 배치된 북한 미사일 축선을 편의상 3개 벨트로 명명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50~90㎞ 떨어진 지역에 구축된 제1벨트는 스커드 여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거리가 300~700㎞로 짧아 남한 전역을 타격권에 두기 때문이다.
스커드미사일은 현재 400여 기가 배치되어 있고 이동식 발사대(TEL)도 40대 안팎으로 평가되고 있다.
DMZ 북방 90~120㎞에 구축된 제2벨트는 노동미사일 여단이 맡고 있다.
사거리 1천200㎞로 300기 이상 배치된 노동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으며 사거리를 볼 때 주일미군까지 타격할 수 있다. 노동미사일의 TEL은 3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제3벨트는 평안북도 철산에서 함경남도 검덕산과 자강도 중강을 기준으로 한 후방지역이다.
DMZ에서 175㎞ 북쪽인 이곳에는 30~50여 기로 추정되는 무수단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30대 안팎의 TEL에 의해 이동하면서 발사하면 괌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여기에다 ICBM급인 KN-08까지 3벨트 지역에 배치되면 하와이 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된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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