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개헌 지지 집회 지속…獨정부는 관망하며 갈등 조절
독일 일부 언론에선 '에르도안에 그만 매달려라' 지적 나와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대화는 괜찮았고 생산적이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지난 4일 전화통화를 1시간 동안 했다면서 이을드름 총리가 전한 대화 촌평을 이같이 보도했다.
이 통화에선 오는 8일로 예상되는 양국 최고위 외교채널의 가동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당일 베를린에서 독일 부총리를 겸하는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부 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부 장관이 만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터키 매체들을 분석한 SZ의 예측이다.
그러나 양국 총리의 전화 대화에 이은 외교장관 회담 개최가 예고된 상황에서 5일 오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나치' 발언이 나와 독일의 감정을 자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집회 연설을 통해 독일에서 터키의 개헌안 국민투표 지지 집회가 불허된 데 대해 "나치 같은 행태"라면서 "내가 독일에 가고 싶으면 가는 것이다. 그걸 막으면 세계가 다 들고 일어나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대중집회 연설 특유의 '선동적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독일사회가 가장 경계하는 '나치'라는 단어를 꺼냈다는 점에서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었고 수위는 최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발언이 전해지고 나서 이날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은 제1 공영 ARD TV에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급을 일축했다.
메르켈 총리와 연방정부의 통합된 정견을 전하는 슈테펜 자이베르트 정부 대변인 역시 나치 범죄를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그런 비유는 "언제나 어리석고 부적절하다"고 깎아내린 뒤 지금 양국의 견해차가 심하긴 하지만 지금껏 지속한 긴밀협력관계를 짚으면서 "냉정을 유지하자"고 촉구했다.
하이코 마스 법무부 장관도 전날 "점잖지 않고, 괴이하며,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논평하고는 에르도안의 발언에 독일이 감정적으로 이끌리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스 장관은 나아가 가게나우, 쾰른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터키 정치집회를 불허한 것이 상황을 더 낫게 하는 데 보탬이 안 된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물론 독일 정치권에선 "보스포루스 독재자의 말도 안 되는 무례"(안드레아스 쇼이어 기독사회당 사무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대통령이 다른 회원국에 했다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힘든 행태"(폴커 카우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 원내대표), "역사에 무지한 오만방자한 언사"(율리아 클뢰크너 기독민주당 부당수) 같은 격앙된 언급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들 반응을 종합해 볼 때 대연정을 조타하는 각료들의 발언 톤과 정당 및 의회 주요 플레이어들의 언급 강도가 작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료들은 갈등 수위를 조절하며 대화 모멘텀을 살려 나가려 하는 신중한 자세가 엿보이는 데 비해 정당과 의회 지도자들은 국민감정을 살핀 날 선 비판에 치중하는 모습이 깃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 일부 언론도 "유럽이 터키에 기대어 난민정책을 아웃소싱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에르도안의 족쇄에서 벗어나 대안을 모색할 때다"(슈피겔), "양국 관계가 이성적 정치로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라고 사설을 통해 지적하고 나서 종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터키는 그럼에도 오는 9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터키계 독일 거주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우쇼을루 외교부 장관이 현지를 찾는 등 지금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SZ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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