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힘이 없구나"…중국여행 포기한 한국인 절망

입력 2017-03-07 06:11   수정 2017-03-0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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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힘이 없구나"…중국여행 포기한 한국인 절망

"중국 여행 가도 될까"…취소 문의 잇달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직장인 김 모(35·여) 씨는 5월 황금연휴에 중국 샤먼(廈門)으로 여행을 가기로 하고 지난달 비행기 표를 결제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발표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리고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격화하면서 김 씨는 여행을 가도 될지 걱정하고 있다.






김 씨는 "중국 현지의 반한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걱정은 되지만 이미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결제까지 해 위약금을 내고 취소하는 것보다는 그냥 다녀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사드 부지를 제공하는 롯데의 소주를 쌓아두고 중장비로 뭉개는 등 롯데 불매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롯데 사업장 앞 불매시위, 백화점 한국 화장품 코너에서 중국인 부부가 직원에게 삿대질하며 홍보행사를 저지하는 모습, 베이징(北京)의 식당에서 한국인 손님이 쫓겨나는 모습 등 반한 기류를 담은 영상이 유포되는 등 온라인상에도 반한 감정이 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상에도 김 씨처럼 중국 여행을 고민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여행객은 "이번 달에 칭다오(靑島)로 여행을 가는데 한국인을 금지하는 가게도 있다고 해서 취소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글을 올렸다.

대부분은 "위약금을 물기 싫어 그냥 다녀오려고 한다"는 글이었지만 "위약금 30만 원을 내고 상하이 항공권을 취소했다"며 "사드보복에 열 올리는 중국이 밉고 '우리가 이 정도로 힘이 없구나'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쓴 여행객도 있었다.

여행사들에도 취소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을 가도 되는지 안전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그러나 취소하면 위약금을 내야 해서 취소 자체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문의 중에는 위험하지 않은지에 대한 것이 가장 많았고 위약금이 얼마인지를 묻는 고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처럼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과 중국의 반한 감정이 격화돼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중국 관광시장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444만여 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중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249만여 명에 그쳤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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