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團長殺し)'에 난징(南京)대학살을 언급했다가 우익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고 있다.
7일 이 소설을 보면 하루키는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해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고 표현했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에게 한 등장인물은 "일본군이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거해 여기에서 대량의 살인이 일어났다. 전투와 관련된 살인도 있었지만,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다"며 "일본군은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서 항복한 병사와 시민 대부분을 살해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이어 "역사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시민이 전투에서 죽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라며 "중국인 사망자가 40만명이라고도 하고 10만명이라고도 하는데 그 차이가 큰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난징 대학살은 일본이 1937년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벌어진 학살 사건이다. 중국에 따르면 40일간 30여만여명의 중국인이 살해됐지만 일본은 학살 사실은 인정하나 피해자 수는 확정하기 어렵다는 말하고 있다.
소설 속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의 우익 네티즌들은 블로그나 SNS에 하루키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하루키에 실망했다", "40만명이라니 중국의 주장보다도 10만명이 많다", "하루키는 근거를 명확히 대라", "그렇게 까지 노벨상을 타고 싶은 것인가", "중국을 좋아하는 작가가 쓴 자학사관이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또 호텔 내부 방에 우익 서적을 비치해 논란이 된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아파호텔 최고경영자(CEO),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의 전직 회장으로 최근 혐한 정당을 만든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등 우익 인사들은 공개 석상에서 이와 관련해 하루키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지난달 24일 발매 후 첫 사흘간 47만8천부가 팔려나가며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로 일본 서점가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내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초상화 화가가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하루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 2015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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