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은 어떻게 일본의 국민음식이 됐나

입력 2017-03-07 10:15  

라멘은 어떻게 일본의 국민음식이 됐나

'라멘의 사회생활'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라멘'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라멘이 중국에서 일본에 전해진 것은 메이지 시대(1868∼1912) 중기로, 그 역사가 100여년에 불과하다.

일본 프리랜서 작가 하야미즈 겐로는 '라멘의 사회생활'(따비 펴냄)에서 외국에서 전래된 라멘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본의 국민 음식이 됐는지를 살핀다.

원래 화교 거주지에서 난킹(南京)소바로 불렸던 라멘은 이후 지나(支那. 중국을 낮춰 부른 말)소바, 주카(中華)소바 등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했다.

라멘은 패전 후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일본인에게 구원의 음식이었다. 가난한 이들은 노점에서 '지나 소바'를 팔았고 역시 가난한 사람들이 이를 사먹었다.

라멘이 본격적으로 일본에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원조 밀가루가 있다. 미국은 1950년대 과잉 생산된 밀을 일본과 한국, 대만에 원조라는 이름으로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일본 정부는 대량 유입된 밀가루를 처리하기 위해 분식 장려 운동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빵보다 일본인의 전통적인 식생활과 좀 더 밀접했던 라멘이 전국적으로 보급됐다.






이후 일본에서는 도시화 진행으로 독신생활자들이 대도시로 대거 유입됐다. 이들은 당시의 패스트푸드점인 라멘집에서 홀로 라멘을 먹으며 생활했다. 세월이 흘러 가정을 꾸린 이들에게 라멘은 청춘의 한 장면으로, 추억으로 남는다.

단카이 세대(1947∼1949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에게 라멘은 또 다른 기억이다. 1958년 인스턴트 라멘이 발명되며 이들은 치열했던 대학입시 공부를 하며 야식으로 인스턴트 라멘을 먹은 최초의 세대가 됐다. 또 학생운동을 하며 먹었던 인스턴트 라멘 역시 이들에겐 아련한 청춘을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다.

추억을 자극하던 라멘은 점점 더 거창한 음식이 되고 있다. 요리사는 요리복 대신 사무에(일본 공예 장인이나 승려들이 입는 작업복)를 입고 라멘 조리법을 배우는 것은 일종의 '수련'으로 묘사된다.

저자는 이런 경향의 바탕에 '힐링 내셔널리즘'이 깔렸다면서 "라멘이 현 세대에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각성시키려는 의식의 매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현욱·박현아 옮김. 304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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