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등 인터넷통신판매 경쟁에 택배업체들 '골병'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당일배송'과 '시간지정배송'으로 대표되는 일본 인터넷통신판매 업계의 서비스 경쟁 탓에 택배업체에 쌓인 부작용이 일시에 폭발하며 27년 만의 택배요금 전면 인상이 임박했다.
27일 NHK방송,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운수는 9월말까지 택배 기본운임을 올리기로 하고 아마존 재팬 등 대형 인터넷통신판매 고객과의 교섭에 들어갔다.
지금은 무료인 '재배달'에 대해 유료화를 시사하며 대전환을 예고했다.
인터넷통신판매 물량이 급증하는데도 일손은 부족해, 택배 직원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데 따른 것이다.
나가오 유타카 야마토운수 사장은 "인터넷통신판매의 급성장과 노동력 수급 부족으로, 사업의 계속성에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며 비용에 상응하는 요금으로 바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마토는 택배의 발송지와 보낼 곳, 크기에 의해 기본운임을 정하는데, 소비세율 인상 때를 빼고 기본운임을 전면적으로 올리는 것은 100~110엔(평균 8%) 인상했던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가격 인상 폭은 미정이지만 법인은 물론 개인까지 포함해 모든 고객을 상대로 올릴 방침이다.
일본 택배물량의 90%는 짐의 양에 따라 기본운임에서 할인을 적용하는 법인계약이 차지한다.
나가오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에 "볼륨이 크고, 할인율이 높은 큰손 고객에게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강경자세를 밝혔다.
법인에 대해선 별도의 요금체계 신설과 함께 연말 등 성수기의 할증운임 적용도 검토한다.
하지만 야마토와 아마존의 교섭은 난항이 예상된다. 재스퍼 장 아마존재팬 사장이 지난달 "배송료 무료는 (인터넷통신판매업체의) 중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만약 아마존이 가격 인상에 응하면 인터넷통신판매 배송료의 인상 등 고객 대상 서비스가 재검토되면서, 그간 저가에 의존했던 일본 통신판매·택배업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택배업계는 점유율 50%인 야마토운수와 2위 사가와규빈, 3위 닛폰유빈(日本郵便) 등 세 업체가 전체 택배물량의 90%를 점유한다. 아마존 같은 인터넷통신판매 대기업의 물량엔 통상의 반액에 못 미치는 할인요금이 적용돼 물량이 늘수록 택배업체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야마토운수가 7만6천명의 잔업수당을 미지급한 것이 최근 발각되는 등 문제가 폭발했다.
야마토의 대규모 잔업수당 미지급 적발은 수년간 누적된 택배업계의 문제를 상징한다. 이에 따라 시간지정 배달 축소, 20%의 재배달률을 낮추기 위한 거점별 택배로커 공동설치 등이 시도되고 있다.
인터넷통신판매 확대와 함께 성장을 계속해 온 택배 비즈니스가 일본에서 적폐가 누적되며 구조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물량이 늘어나지만 요금은 낮게 유지, '이익없이 바빠지는' 택배업체가 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세밀하게 시간을 지정한 배송이나 무료배송 등 인터넷통판 서비스 경쟁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야마토운수에 이어 요금인상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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