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말레이 국민에 사실상 '인질극'…파국 치닫는 양국관계

입력 2017-03-07 12:28   수정 2017-03-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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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말레이 국민에 사실상 '인질극'…파국 치닫는 양국관계

개성공단 갈등 때 남측 주민 억류 사례

단교 막기 위한 '벼랑끝 협박'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홍국기 기자 = 북한이 7일 김정남 암살 사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말레이시아에 대해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들의 임시 출국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7일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중략)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체류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을 사실상 억류하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인질극'에 나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강철 주 말레이시아 대사가 말레이시아로부터 '외교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돼 추방령을 받자 6일 자국 주재 모하맛 니잔 말레이시아 대사를 맞추방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연이틀 이같은 고강도 조치에 나선 것은 그만큼 김정남 사건의 '교착'을 둘러싼 절박함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정 국가와 외교적 갈등을 빚는다고 해서 해당국 국민을 사실상 억류하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별다른 법적 근거도 없는 행위다.

북한은 사건 해결을 통한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를 출국금지의 명분으로 들었지만, 김정남 사건 때문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주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같은 조치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김정남 시신을 인수해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로 우리 국민에게도 비슷한 조치를 한 사례가 있다. 2009년 '북한 체제 비판' 등의 이유를 내세워 현대아산 근로자 1명을 136일 동안 개성공단에 억류한 것이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당시에는 4월 26일 정부가 우리 측 인원의 철수 결정을 내리자 '북한 근로자 인건비 미수금' 등의 명목으로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7명을 억류했다가 5월 3일에야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미 대사까지 맞추방한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이번 조치에 따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단계는 자국에 주재하는 상대국 대사관에 폐쇄 명령을 내리거나, 상대국내 자국 대사관을 철수하고 단교하는 것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단교 결정을 막고 김정남 시신을 인수하기 위한 '벼랑끝 협박'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이 자국민들을 억류한 상황에서 외교관계를 끊을 경우 영사 보호 등의 조치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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