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내 공화국 외교관·공민 안전 담보될 때까지 출금"
'외교적 인질' 초강수…북·말레이, 단교 수준 악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와 심각한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이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임시금지한다고 7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7일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기한은)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여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기간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대사관 외교관들과 국민은 이전과 같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사업하고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통신은 또 "(외무성 의례국은) 조선 주재 말레이시아대사관과 말레이시아 외무성이 쌍무관계를 귀중히 여기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선의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조속히 공정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하였다"고 전했다.
북한에 있는 말레이시아 국민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6일 주 북한 말레이시아 대사에게 추방 결정을 내리면서 북한을 떠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피살된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것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국은 상대국에 대사를 두지 않은 상태가 됐으며, 두나라 국민도 상대국을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게 됐다.
지난주 추방통보를 받은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6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났고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는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한 본국의 소환 명령에 따라 이미 지난달 21일 이미 평양을 떠나 귀국했다.
양국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는 단교 수준에 이를 가능성에 점점 힘이 실리게 됐다.
상황이 악화하면 앞으로 남은 단계는 상대국의 자국 내 대사관 폐쇄 명령 또는 상대국 내 자국 대사관의 철수와 단교뿐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북한과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뿐 아니라 아세안과의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