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들 "中 영토분쟁 보복도 일·대만 증시흐름 못바꿔"
"한·중 경제무역 관계 밀접…제재수위 높이면 中도 타격"
(서울·홍콩=연합뉴스) 권수현·고상민 기자 최현석 특파원 = 한·미 양국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실전 배치를 7일 본격화한 것과 관련, 중국의 보복성 경제 조치가 한국기업과 주식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대(對)중국 수출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하겠으나 경제 전반이나 주식시장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중국 관련주에 한정해서 보면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계속 잠재적 악재로 작용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해당 업종과 종목은 괴롭겠지만, 사드 이슈는 시장 전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사드배치는 정치적으로는 큰 이슈지만 영향을 받는 업종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전체로 보면 큰 변수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영토분쟁을 겪었던 일본과 대만에도 보복조치를 한 적이 있으나 일본과 대만의 증시 흐름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 이슈가 외국인 수급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봤다.
이종우 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드 문제로 국내 증시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나라 주가보다 별로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고 그래서 신흥국 중에서도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큰 것"이라며 "외국인 수급의 걸림돌은 (사드보다는) 올해 국내 경제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중국이 200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으로 일본에, 지난해 1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 이후 대만에 보복조치를 했을 당시 두 나라 증시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당시 단기적으로는 양국에서 모두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고 대만은 호텔, 관광, 항공 등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했지만, 주가지수는 상승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에, 대만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에 따른 정보기술(IT)과 소재 부문 강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며 "사드와 관련해 일부 산업에 대한 정치, 경제적 보복은 아쉽지만 결국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초여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이익과 가치평가 측면에서 신흥국 중 가장 매력적인 증시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은 여전히 이에 반응하고 있다"며 "지난주 사드 이슈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한국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억5천100만달러로 9개 주요 신흥국 중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 제재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한중 양국의 밀접한 무역·경제관계 때문에 사드 이슈가 양국 간의 분쟁 격화로 이어지며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 그 여파가 중국에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중국의 사드 관련 제재들은 소비재와 일부 군소 품목에 국한돼 있다. 이는 무역분쟁 등으로 이들 국가의 대(對)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 중국도 고용과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한국을 압박하면서도 자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세점이나 화장품, 호텔·레저 등 중국인 입국자 수에 영향을 받는 종목 주가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겠으나 반도체·철강·석유화학 핵심품목, 자동차 등 가공무역 구조에서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으로 제재범위가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과 중국의 밀접한 경제관계 때문에 중국의 무역 보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철강제품이나 전자·통신기기 관련 핵심 소재·부품 등 단기간에 자국산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중간재 품목에까지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또 "화장품의 경우 현재 주가는 이미 중국 프리미엄이 빠진 수준이고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역시 현재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시내면세점 매출의 80%를 중국인 관광객이 담당하는 면세점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을 포함해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의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중혁 KB증권 리서치센터 매크로팀장은 "한국의 3대 수출시장이 미국과 중국, 유럽인데 최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노선으로 가고 유럽도 극우성향 정당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에 불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발 사드 위험까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외국인 수급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으나 사드가 본격적으로 배치되고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커지는 2분기에는 거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가 상승하게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보복조치가 시작된 지난달 말 이후 1주일 동안 중국 관련 대표주인 롯데쇼핑[023530]과 아모레퍼시픽, 신세계 등 3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3조9천억원 증발했다.
롯데그룹이 지난달 27일 경북 성주의 골프장을 주한미군 사드배치 부지로 확정하고서 지난 주말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은 20% 감소해 3조원이 사라졌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3일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로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12% 폭락하기도 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004170] 등 백화점과 면세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주가도 지난주 초 이후 4거래일간 각각 10%와 11% 급락했다.
자오환옌 호텔솔루션스 컨설팅 최고지식경영자(CKO)는 그러나 "중국과 아시아 이웃 국가 간 관계에는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며 "중·일 정부 간 여러 가지 미해결 문제에도 중국인들이 여전히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있어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고통도 일시적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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