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지방("두 다리 잃었지만 꿈은 잃지 않아" )

입력 2017-03-07 16:14  

[고침] 지방("두 다리 잃었지만 꿈은 잃지 않아" )

"두 다리 잃었지만 꿈은 잃지 않아" 대학강단 선 1급장애인

한남대 겸임교수 임용 박경순씨 "제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 되길"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초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를 가진 30대 청년이 어려움을 딛고 대학교수로 임명됐다.

대전 한남대는 박경순(32) 박사를 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임명했다고 7일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행정학과와 사회복지학과에서 행정학개론, 공직특강 등을 가르친다.


박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등굣길에 차에 치여 두 다리를 잃어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밝고 건강했던 아홉 살 어린이가 하루아침에 휠체어와 의족에 의지하는 처지가 됐다.

누구라도 낙심할 수 있었지만, 박 교수와 가족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조심스럽게 장애인학교에 다닐 것을 권유했지만, 줄곧 일반 학교에 다니며 장애에 굴하지 않고 평소 꿈꿨던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꿋꿋이 학업에 매진했다.

박 교수는 "또래 친구들과 뛰어다닐 순 없었지만,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의 배려로 합창단원으로 활동했고, 고교 시절에는 체육 선생님의 배려로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했다"며 "문학 시간 정지용 시인의 향수란 시로 만든 노래를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노래 부르며 학교생활을 즐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5년 한남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뒤 전공과 교직 수업을 들으며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

모교인 대전 동신고에서 교생실습을 했고, 대학 4학년 때는 한국공공행정학회의 논문대회에서 입선하는 등 알찬 대학생활을 보냈다.

이런 노력으로 학위증은 물론 중등정교사 2급 일반사회·공통사회 자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장애인 고용 등을 연구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남대 공기업정책연구소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연구에 참여하는 등 학업과 연구에 몰두했다.

장애로 인해 좌절을 겪거나 힘들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큰 힘이 됐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일, 손편지를 책으로 만들어 간직했으며, 힘들 때마다 그 책을 보며 힘을 얻었다.

박 교수는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편안한 선배이자, 친근한 교수가 되고 싶다"며 "행정·정책 분야의 전문가로서 책임을 다해 제가 걷는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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