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도화지가 된 미술관…유현미의 '공간 드로잉'

입력 2017-03-07 17:52  

거대한 도화지가 된 미술관…유현미의 '공간 드로잉'

사비나미술관서 개인전 '수(數)의 시선'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작가 유현미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내부를 거대한 도화지로 바꿨다.

미술관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 온통 하얗게 칠한 높이 6m의 육면체 공간에 검은색의 숫자모양 조각과 사다리, 검은색 벽면 드로잉이 어우러져 흑백 회화 같다.


지하 1층에서도 또 다른 공간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다. 학교 복도나 화장실 등을 촬영한 사진 위에 검정 펜으로 쓱쓱 그은 듯한 12점은 실제로는 작가가 빈 공간에 검정 테이프를 하나씩 붙이고 촬영하기를 수백 번씩 반복, 영상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사비나미술관은 "일상 공간을 3차원적이면서도 2차원적이고 4차원적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는 것이 이번 작업 과정의 핵심 요소"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수'(數)다.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세상 모든 것이 수로 이뤄져 있고, 사실 숫자가 지배하는 세상 아니냐"면서 "숫자의 세계를 드로잉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층 작품은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나오는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수학자의 시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맞은편에 설치된 작품 '1984'에 대해 작가는 "숫자로 정보를 나르는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24시간 감시당하는 현 사회를 들춰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數)의 시선' 전은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 02-736-4371.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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