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하자 있는 지뢰탐지 작업에 추가 예산 요구는 갑질"
군 당국 "지자체 요청으로 하는 것…비용도 지원받기로 해"
(철원=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지난해 강원 철원에서 덤프트럭 운전자가 대전차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숨지자 "사유지여서 탐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군 당국이 최근 지뢰탐지 작업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지방자치단체에 탐지 비용을 추가로 요구할 것으로 보여 예산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4시 34분께 철원군 근남면 풍암리 인근 농지매립공사장에서 대전차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덤프트럭 운전자 한모(40)가 숨졌다.
한 씨는 당시 철원군이 추진하는 '동서 녹색 평화도로 확장·포장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농지로 옮겨 매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철원군은 2016년 도로 공사장에 포함된 일명 '지뢰 고개'의 미확인 지뢰 제거작업을 A 부대에 요청하고, 해당 부대는 지난해 8월부터 이곳의 지뢰제거 작업을 벌였다.
이 부대가 지뢰를 제거한 현장에서 나온 흙을 쌓아놓은 곳에서는 대전차지뢰 2발과 대인지뢰 1발이 발견됐지만, 추가 탐지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한 씨가 숨지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A 부대는 "해당 지역이 사유지이고, 지뢰가 없는 지대라고 했기 때문에 지뢰탐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올해 철원군이 주민의 안전을 고려해 대전차지뢰가 폭발한 현장의 지뢰탐지작업을 민간단체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에 의뢰하는 방안을 문의하자 군 당국은 '민간인은 안된다'며 직접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B 부대는 철원군으로부터 탐지에 들어가는 일부 비용 5천670만원을 지원받아 최근 작업에 착수했다.
A 부대도 지난해 지뢰제거 작업을 벌인 지역에서 다시 탐지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지뢰제거를 부실하게 해 인명 사고를 초래한 군 당국이 민간단체의 지뢰제거 활동을 막고, 지자체에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지자체가 지난해와 올해 지뢰탐지와 차단울타리 설치를 위해 관련 군부대에 지원할 예산은 5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지뢰제거 작업을 마친 곳에서 대전차지뢰가 나와 민간인이 숨졌다면 탐지 작업에 하자가 있었던 것"이라며 "하자 있는 작업을 한 책임자가 비용을 해결하는 게 당연한데도 큰소리치며 지자체에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갑질'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로부터 지뢰제거 허가를 받은 민간단체는 8천500여만원이면 쇳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작업을 마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부대 측은 "지자체가 요청해 지뢰탐지 작업을 맡게 됐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탐지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받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철원군은 군부대가 직접 하겠다고 해 탐지 작업을 맡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군부대에 탐지 작업을 맡기지 않으면 영농철을 앞둔 주민이 지뢰사고 등의 피해를 보는데 어떡하느냐"면서 "지난해 도로 확장·포장 현장과 이곳에서 나온 흙을 야적하는 곳에 대한 탐지 비용도 추가로 요구할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을 아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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