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우승, 40년 동안 기다렸다"

입력 2017-03-0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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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우승, 40년 동안 기다렸다"

부임 첫해 팀을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이끌어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배구 최고령 지도자인 박기원(66) 대한항공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40년 동안 기다렸던 우승"이라며 감격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삼성화재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10-201시즌 우승에 이어 6년 만에 통산 두 번째로 정규리그 최정상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앞서 두 차례나 우승 확정 기회를 맞고도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에 연이어 패하며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우승이라 박 감독에게는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박 감독은 우승 세리모니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먼 길을 돌아 이룬, 40년 동안 기다렸던 우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의 경력은 화려하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감독으로 활약했고, 이란 국가대표팀도 지휘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이끌었지만, 우승이 없었다.

국가대표팀 지휘봉까지 내려놓고 대한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우승이었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감독 제의가 왔을 때 '한국에서 내 배구인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이 기회를 어떻게든 놓치지 말자는 각오였는데, 운이 좋게도 팀을 맡자마자 우승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40대 감독이 대세를 이루는 국내 프로배구판에서 60대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구단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내 나이에 대한항공에서 팀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그것도 우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팀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고맙게 생각했다"며 "나이도 많은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는 점이 고맙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따라줬다"고 했다.

우승이 간절한 만큼 치열하게 노력했다. 박 감독은 지금도 새벽 6시에 일어나 6시 20분이면 훈련장으로 출근한다.

"배구 기술은 3~4년마다 변한다. 공부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박 감독은 우승 원동력으로 "첫 번째는 두터운 선수층이다. 두 번째는 선수들의 뜻대로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즐거운 표정으로 특유의 농담을 섞어가며 우승의 기쁨을 이야기하던 박 감독은 부인의 이야기에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부인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현장에 있는 저보다도 더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던 그는 "이해해주지 못하면 내가 좋아하는 배구를 지금까지 이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정규리그 우승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내 경험을 봐도 정규리그 우승하기가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며 정규리그 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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