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대통령 모독 발언으로 페루와 베네수엘라의 외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페루 정부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을 향해 '미국에 순종하는 미친개, 겁쟁이'라고 독설을 날린 베네수엘라 정부에 맞서 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고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루 정부의 대사 소환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독설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페루 정부는 전날 베네수엘라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 "무례한 모욕을 거부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전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열린 기념행사에서 "쿠친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을 위해 미국에 순종하는 '개'이자 '겁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런 비난은 쿠친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 때문에 촉발됐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당시에 "큰 문제인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중남미는 전반적으로 양탄자 위에 있는 예의 바른 개와 같아 미국이 중남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지난해 취임한 쿠친스키 대통령은 친미주의자로 분류된다. 그는 취임 이후 차비스모(Chavismo·차베스가 주창한 좌파이념)를 여전히 신봉하는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우파 정권이 들어선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과 함께 신랄한 비판을 해왔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오랜 미국 생활 때문에 미국 억양의 스페인어를 구사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엘 그링고'(중남미에서 미국인을 부르는 말)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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