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근대화가' 김종식 자택 30년 방치…"복원해야"(종합)

입력 2017-03-08 15:44  

'잊혀진 근대화가' 김종식 자택 30년 방치…"복원해야"(종합)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의 1세대 화가로 독자적인 화풍과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고 김종식 화가의 집이 30년 가까이 방치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김 화가는 부산 근대 화가 중 거의 유일하게 자신만의 아틀리에(작업실)에서 작업하며 많은 명작을 남겼고 지역 화가들과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했다.

김 화가의 집은 부산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아래에 있는 2층 슬래브 주택이다.

1918년 부산 장전동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 강점기 일본 도쿄의 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1942년 귀국한 부산 1세대 화가다.

1953년 부산역 대화재 때 집과 화실이 불에 타 작품 상당수가 사라졌지만 같은 자리에 일본식 집을 짓고 1980년대 부산진구 연지동으로 집을 옮기기 전까지 그는 이곳에서 줄곧 작품활동을 했다.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아틀리에에서 김 화가의 대표작인 부산항 연작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이 탄생했고 지역 화가 모임인 토벽회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그가 하늘로 떠난 1988년 이후 가족과 지인이 이 집을 기념관으로 꾸렸지만 얼마 안 돼 유족이 대부분의 작품을 연지동 집으로 옮겼다.

김 화가의 대청동 집은 부산 근대화가 중 작업실이 온전히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김 화가의 둘째 아들이 집을 상속받아 관리해왔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었다.


현재 자택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됐다.

2014년 5월에는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중구청이 안전조치에 나서는 등 30년 가까이 방치돼 건물 노후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구청은 한때 김 화가의 집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보류한 상태다.

부산시는 6·26 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유적이나 건물 등을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신청을 할 계획이지만, 정작 김 화가 자택 등 원도심의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 건조물에 대해 실태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중구 청자빌딩이나 한국은행 건물처럼 부산시가 김종식 화가의 집을 매입해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 김영순 관장은 8일 "김종식 화가는 뛰어난 작품성에도 근현대 미술사에서 누락된 안타까운 예술가"라며 "그의 작업공간은 당대 장옥진, 이중섭 등 피란 시절 부산에 온 화가들의 교류장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내년 김종식 화가 10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옥진 부산공간화랑 대표는 "방치된 김 화가의 집과 아틀리에에는 부산에서만 활동한 김 화가가 근대 미술 주류와는 다른 독창성과 자기만의 근대 미술 세계를 구축한 흔적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김종식 화가를 연구해온 옥영식 평론가는 "김 화가는 작품성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미술계에 알려지지 않고 잊혀졌다"라며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종식 화가의 작품과 그의 집도 재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김 화가의 집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유족 측과 연락해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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