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최상도, 차선도 아닌 대표 선발이 결국 '발목' 잡았다

입력 2017-03-08 10:39   수정 2017-03-08 11:58

[WBC] 최상도, 차선도 아닌 대표 선발이 결국 '발목' 잡았다

류제국·유희관 대신 이대은 등 선택…대회에선 활용 못 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의 참담한 결과는 '인재(人災)'였다.

농사의 절반인 '인사'부터 문제였다.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소속팀의 반대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건 불운이다.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음주 사고를 내 태극마크를 반납한 것도 대표팀이 손쓸 수 없는 부분이었다.

김광현(30·SK 와이번스) 등 부상으로 WBC에 나서지 못한 선수가 많은 것도 불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큰 리그를 보유한 한국에서 '차선의 대표팀'을 꾸리지 못한 건, 선수 선발에 관여한 이들의 책임이다.

결과론이지만, 2017년 WBC 한국 대표팀은 엔트리를 발표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고 일각에서는 마지막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한 '건강한 선수'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대표적인 게 3선발 체제 구성 실패다. 이번 대표팀은 '선발투수 부족'을 고민했다.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선택은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무리하게 이대은(28·경찰야구단)을 대표팀에 뽑으면서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다.

이대은은 지난해 시즌 종료 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와 재계약하지 않고 입대를 준비했다. 경찰야구단에 합격한 그는 4주 군사기초교육훈련을 받았고 대표팀 합숙 훈련 시작 직전인 2월 9일 퇴소했다.

WBC 개막(3월 6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애초 김 감독은 이대은을 '3선발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4주 동안이나 공을 만지지 못한 이대은이 한 달 안에 구위를 100%로 끌어올리는 건 무리였다.

결국, 이대은은 이스라엘(6일), 네덜란드(7일)전에 등판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우완 선발 요원이 없다"며 이대은을 뽑았다.

그러나 이대은보다 지난해 LG 트윈스 에이스로 활약한 류제국(34)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가 더 많았다. 이대은이 입대를 앞둔 상황이라 류제국의 대표팀 합류가 더 합리적으로 보였다.

좌완 선발 유희관(두산 베어스), 강속구 마무리 김세현(넥센 히어로즈) 등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투수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 투수를 엔트리에 넣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야수 쪽에서도 최정(SK 와이번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등에 미련이 남는다.

반대 목소리가 들렸으나 김인식 감독과 코치진은 다른 선택을 했고, 결국 최악의 결과를 냈다.

대표팀 구성은 감독과 코치진의 권한이다. 경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선수 한두 명을 뽑는 건, 다른 국제대회에서도 자주 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외의 선택이 많았고, 그 선택은 패인이 됐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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