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태학자 칼 사피나 '소리와 몸짓'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달 초 울산의 한 생태체험관이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가 5일 만에 폐사해 논란이 됐다.
이 돌고래는 뱃길과 육로를 합쳐 1천km 이상을 이동했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가로 30m, 세로 15m, 수심 4m의 수조에 수용됐다.
그러나 돌고래는 먹이를 거부하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응급조치에도 끝내 폐사했다.
폐사의 직접적 원인은 세균성 기관지폐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돌고래에게 좁은 수조와 긴 이동 거리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고 폐사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생태학자 칼 사피나가 쓴 '소리와 몸짓'(돌베개 펴냄)은 동물도 인간처럼 느끼고 아파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새삼 깨우쳐주는 책이다.
저자는 마음과 행동의 연관관계를 다루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을 들어 인간이나 영장류, 포유류 외에 다른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인간을 기준으로 동물을 해석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동물이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동기에서 그렇게 하는지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사는 코끼리와 미국 옐로스톤 공원에 사는 늑대, 북서태평양에 사는 범고래를 찾아 자연 상태에서 그들의 몸짓과 소리를 관찰했다. 코끼리가 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는 소리, 늑대의 울음소리, 개별 범고래마다 모두 다른 휘파람 소리 등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 결과 저자는 동물들이 하는 몸짓과 소리가 동물의 마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사람이라고 모두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 역시 개체별로 개성과 특징이 있다는 것도 발견한다.
결국 저자는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결론에 이른다. 바닷속을 헤엄치던 돌고래를 가까이 보겠다는 이유로 좁은 수조에 가두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병화 옮김. 782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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