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드배치 착수로 의미 잃어…"우군없는 중국은 쓸수없는 방책"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에서 러시아가 지난 2007년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계획을 무산시킨 사례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미 양국의 사드 장비 도입이 시작된 상황이어서 이 주장은 큰 의미를 잃고 있다.
8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중국 해군소장 출신의 저명 군사평론가인 장자오충(張召忠) 전 국방대 교수가 한 방송에 출연, "사드 대응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 전 교수는 2007년 미국이 유럽 동맹국을 이란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목으로 폴란드·체코와 접촉, 동유럽에 MD 시스템을 도입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그는 "러시아 뒷마당인 동유럽에 MD를 배치하려던 당시 미국의 계획은 러시아의 전략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6월 푸틴 대통령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고 싶다면 러시아가 임대해 쓰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레이더 기지를 내주겠다. 이 정도면 '미국 친구'들이 우려하는 지역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레이더기지의 공동 운영에서 나아가 미국측 요격미사일을 폴란드가 아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측 동맹인 터키나 이라크, 주변해상에 배치할 것을 추가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동유럽 MD 계획은 러시아의 강한 반대와 폴란드 및 체코 국민의 항의에 부딪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동안 현실화되지 못했고 미국은 2009년에야 이 계획을 공식 취소했다고 장 전 교수는 주장했다.
사드를 미국의 MD 체제로 이해하는 중국은 사드 도입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러시아의 대응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처럼 양보를 가장해 대체 레이더기지를 내줄만한 주변의 우군을 갖고 있지 못하다.
중국이 자국 안보이익의 침해만을 내세우면서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도발에 대한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도 이 문제를 동유럽 MD 배치 문제에 대입시키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7일 사드 장비가 이미 한국에 수송돼 배치를 시작한 마당에 이 같은 '푸틴 벤치마킹' 주장은 힘을 잃는다.
중국은 현재 사드 문제에 대해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하게 희망하며 사드 대응 협의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러시아 의회는 전날 "사드 시스템은 북한 위협 억제 과제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며 역내 전략균형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착수를 강하게 비난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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