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가담 일행 2명 마약 전과…檢, 범행 경위·배후 여부 조사 방침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건희(75)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촬영자들의 그간 행적을 통해 실제 촬영 목적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동영상 촬영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이모(38)씨와 선모(46)씨다.
이들이 찍은 동영상은 작년 7월 21일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폭로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동영상에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러 여성과 함께 등장해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졌다.
5건의 영상은 2011년 12월 11일, 2012년 3월 31일, 2013년 1월 5일, 2013년 4월 19일, 2013년 6월 3일 촬영됐다.
이들은 이 동영상을 가지고 삼성 관계자들을 접촉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동영상 협박범들이 5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 당시 일부 내용만 조금 보여줬는데 회장님 모습이 전혀 안 나오고 이상한 소리만 들려 말도 안 되는 자료로 협박한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CJ 측도 접촉했다.
CJ 측은 "과거 촬영한 일당들로부터 동영상을 매수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남긴 재산을 둘러싸고 이맹희·이건희 회장 형제간 상속 소송,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주주 26명 가운데 25명이 권리를 포기해 이재용 부회장 등이 배정받아 인수했지만 유일하게 제일제당만 실권에 반대해 삼성과 대립각을 세운 일, 과거 '미행 사건' 등 재산·경영권 갈등을 빚은 삼성-CJ 관계를 악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이들에게 촬영을 지시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선씨의 형이 CJ제일제당 본사 부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동영상 촬영에 CJ 측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CJ 측은 "회사와는 전혀 무관한 전 직원의 개인 범죄"라면서 "선씨는 구속 이후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최근 수리돼 현재는 CJ 직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선씨를 상대로 범행 경위와 배후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선씨 등은 2015년 9월 삼성 일반노조 김모 위원장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이씨와 선씨의 연락을 받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이들을 접촉한 것으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선씨 일행은 작년 봄께부터 언론사를 찾아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몇 개의 언론사에 제보했고, 그중 한 곳인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두 사람은 모두 2012∼2013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씨는 작년 9월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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