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4 남녀임금격차 고려하면 3시부턴 무급노동인 셈"…국내 첫 조기퇴근 시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채새롬 김현정 기자 = 109주년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의 조기퇴근시위가 열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노동계로 구성된 '3·8 조기퇴근시위 3시STOP(스톱) 공동기획단'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1천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조기퇴근시위를 했다.
조기퇴근시위는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100대 64로 크게 벌어졌으며, 이를 1일 노동시간인 8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들이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벌이는 집회다.
이와 같은 조기퇴근 시위는 프랑스와 아이슬란드 등 해외에서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에서 벌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여성이었지만, 여성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등 성평등을 요구하는 남성들도 상당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손에는 '남녀 성별임금격차 100:64 / 이런 월급 거부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머리에는 '3시 STOP'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에 참석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여성 노동자 임금이 남성의 60%밖에 안 돼 세계에서도 최악의 임금 격차가 나고 있다"며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대임을 강조하면서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은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 곳도 있다"고 비판했다.
나 위원장은 "임금격차 해소와 저임금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 종사한다는 서하나(가명)씨는 무대에 올라 면접 과정에서 연봉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면접관이 "여자가 많이 벌어서 어디다 쓰느냐"는 질문을 받은 경험을 말했다. 군대를 갔다온 남성에게 4호봉을 더 주는 등 구조적으로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직원공제회 콜센터 해고자인 현희숙 민주노총 조합원은 "상담원으로 10년을 재직했지만 아웃소싱 과정에서 파견노동자로 재입사하면 다시 신입과 같은 연봉을 받게 된다"고 고발했다.
알바노조 조합원인 김모씨는 무대에 올라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 후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보신각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지나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도 벌였다.
보신각 앞에서는 '아이는 혼자 낳냐 경력단절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는 성별격차가 심한 임금을 거부한다는 의미를 담아 사회자의 '노동부는 레드카드를 받아라'라는 외침에 맞춰 단체로 붉은색 월급봉투가 그려진 피켓을 내밀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에는 전국여성연대·성주여성위원회 등이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오전 11시에는 공공운수노조 등이 주축이 돼 구성한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는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달 22일 '청춘(淸春): 청소노동자 봄'이라는 제목의 행진을 벌인다고 예고했다.
동국대에서도 이날 정오 '동국 38여성의날 실천단'을 중심으로 이날 정오 사회과학관 앞에서 여성의 날 의미를 알리고 여성 노동자 해방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자고 다짐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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