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조로 대북억지력↑·中 대북압박 동인 저하 '딜레마'
中 사드 반발을 북핵해결 동인으로 전환시킬 외교력 절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의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한미일-북중러를 양 진영으로 하는 동북아 신(新) 냉전의 경계선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각각 지난달 12일과 이달 6일의 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와 속전속결식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미일은 긴밀한 공조 체제를 보여줬다.
사드 장비의 한국 전개가 시작된 다음날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신속히 통화하며 동맹국에 대한 방위 공약과 대북 공조 의지를 확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는 물론 소녀상 문제로 치열하게 갈등했던 한일까지 긴밀한 공조 태세를 가동했다. 6∼7일 한일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간에 전화 협의가 이뤄졌고, 일본에서는 9일로 귀국한 지 2개월이 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조기에 복귀(일본→한국)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사드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온 중국의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한미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고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해 안보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보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 미하일 울리야노프 국장은 7일 "북한과의 대치를 격화할 뿐 아니라 중국의 민감한 반응도 촉발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러시아는 군사 계획과 대외활동에서 미국 사드 시스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한 미국의 행동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의회에서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미일의 결속이 강화하는 것은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크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는 15일 시작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동북아 3국(한중일) 순방과 3∼4월 연쇄적으로 있을 한미 고위급 외교·안보 협의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지력을 제공한다는 개념) 제공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간에도 지난해 11월 체결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입각해 각각 비교우위에 있는 대북 정보를 보다 원활하게 교환하며 군사 부문 협력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일의 결속 강화는 '스트롱맨'들이 국익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동북아에서 장밋빛 전망만 던진다고 보긴 어렵다.
우선 북중러의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만드는 일이 더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사드로 인한 한미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수준의 강한 대북 압박에는 지금보다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한·미·중이 궁극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만약 사드 배치 이후 한미일의 지역 안보 협력체제가 강화하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중국은 장기적으로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용할 수 밖에 없고 대북제재에도 미온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한미일-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는 정도에 비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 중인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한국으로선 마냥 반길 수 없는 일로 보인다. 당장 주일미군 기지가 타깃이었던 지난 6일의 북한 미사일 4발 발사 후 일본 정계에서는 적(敵)기지 선제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결국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가 한미일-북중러 신냉전의 고착화로 연결되는 딜레마를 깰 수 있는 외교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과 직결된 것으로 북핵 위협이 해소되면 사드를 한국에 계속 둘 필요가 없다는데 대해 중국과 미국 양측의 양해를 얻음으로써 중국이 한국에 대한 분노와 보복 의지를 북핵 해결 노력으로 돌리도록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권 교수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중국을 견제하는 미일동맹과, 북핵에 대응하는 한미동맹은 그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중국도 향후 한국과의 갈등을 전략적으로 봉합하고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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