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계 '임금격차 해소' 오후 3시 퇴근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성평등 관점으로 만드는 민주주의,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입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지난해부터 불어온 페미니즘 열풍이 여전히 뜨거운데다 대통령 선거도 앞두고 있어 실질적 성평등 실현에 대한 여성계의 의지가 여느 해보다 강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제33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을 열었다. 30여 개 회원단체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표어 아래 최근 여성운동의 성과를 공유하고 성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를 모색했다.
1987년부터 해마다 시상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음란사이트 소라넷 폐쇄운동을 성공시킨 '디지털 성폭력 아웃 프로젝트'가 받았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에게 추모쪽지 3만5천여 개를 남긴 여성들은 '여성운동 특별상'을 수상했다.
강제추행 피해를 입고도 무고죄로 기소된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낸 차진숙씨,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에 맞서 투쟁한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 등이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됐다. 행정자치부의 가임기 여성 출산지도, 칠레 현지에서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외교관 등은 '성평등 걸림돌'로 뽑혔다.
여성연합은 성평등으로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뜻을 담아 '3·8 여성선언'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사회,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주의는 '보편적 시민'을 주류 특정집단, 특히 남성들만을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민주주의와는 그 모습을 달리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성평등 관점에서 재정의되고 재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 여성대표성 확대 ▲ 성별임금격차 해소 ▲ 낙태죄 폐지 ▲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기념식에서는 문재인·이재명·안철수·심상정 등 대선 주자 4명이 참석해 성평등 관점의 민주주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는 '성평등 마이크' 행사도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여성, 개혁을 주도하라'라는 이름으로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협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국회·정부·사법기관 등 공공부문은 물론 기업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의사결정 과정에 남녀동수 참여가 실현될 때까지 여성의 힘을 결집해나갈 것"이라며 "남녀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고용·승진·보직 등에서 유리천장을 타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진정성 있는 반성과 미래 세대에게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역사교육을 실행해달라"고 요구했다. 한반도 평화정책과 통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결의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노동계는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행사를 열고 남녀간 임금 불평등을 규탄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남성의 64% 수준이므로, 오후 3시부터는 사실상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는 문제의식에서 기획한 시위다.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공동기획단'은 여성 노동자들 발언과 시내 행진에 이어 ▲ 출산휴가·육아휴직 실효성 강화 ▲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 직장 내 성희롱 기업주 책임 강화 ▲ 임금하락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등 '여성노동계 4대 의제 10대 요구'를 발표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광화문광장과 신촌 대학가,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시민에게 장미 1만 송이를 나눠주는 '빵과 장미' 이벤트를 했다. 장미에는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현실에서 여성의 삶을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빵은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세계 여성의 날이 유래한 1908년 미국 여성노동자 시위 때 구호가 "빵과 장미를 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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