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장마가 져서 다리 놓는 공사가 개갈 안 나게 생겼다". "염불 못 하는 중이 구락젱이 불 땐다", "시절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철이는 결혼하자마자 바로 제금났다."
'개갈 안 나', '구락젱이', '시절', '제금나다' 등 무슨 뜻인지 알듯말듯한 단어는 대표적인 충남 서산사투리 중 하나다.
서산문화원이 8일 발간한 564쪽 분량의 '서산사투리'란 책자는 서산의 고유문화와 역사를 보존 계승하기 위해 서산지방의 사투리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첫 성과물이다.
유난히 충청도를 대표하는 사투리로 불리는 서산사투리는 다른 지방과 확연히 구분된다.
개갈 안 나다(일의 결과가 시원치 않거나 변변치 않다), 구락젱이(아궁이), 시절(바보), 제금나다(분가하다), 탑세기(먼지) 등 자주 사용하는 사투리의 어원을 밝히고 표준어도 알려준다.
'호랑이 두둑하면 세상이 다 내 것 같다'에서 '호랑'은 서산주민들 사이에서 표준어인 호주머니와 비슷하게 쓰이는 단어다. '겝말 내려간다'에서 '겝말'은 '바지나 치마춤'을 뜻한다.
서산문화원이 지역문화 특성화사업의 하나로 펴낸 이 책은 학교에서 국어와 한문을 가르치다가 중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장경윤(79·서산시 석림동) 씨가 지역 사투리를 정리하던 중 취지에 공감한 서산문화원이 참여하면서 함께 발간했다.
서산의 사투리를 사전 형식으로 엮어 뜻과 용례를 실었으며 사투리에 대응하는 표준어도 표시해 사투리를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찾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서산문화원은 "서산사투리는 충청도 특유의 음운현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말의 옛 모습과 서산지역 특유의 지리·사회적 특성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지역의 풍토와 전통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호 서산문화원장은 "서산사투리는 우리 고장의 뿌리이자 역사이고 문화"라며 "이 책자가 지역의 가치를 살리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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