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1개에 영화 50만편 저장 가능한 메모리 기술 나왔다

입력 2017-03-09 03:00  

USB 1개에 영화 50만편 저장 가능한 메모리 기술 나왔다

IBS 연구진 "원자 하나하나에 디지털 신호 담는데 성공"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현재 상용화된 메모리는 디지털 신호의 최소 단위인 1비트(bit)를 저장하는 데약 10만개의 원자를 필요로 한다. 만일 원자 하나에 1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면, USB(이동식 저장장치) 1개에 영화 50만편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정이 실제 가능함을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화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팀은 8일 희토류인 '홀뮴'(Ho·원자번호 67번) 원자 하나하나에 1비트의 정보를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하인리히 단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IBM 알마덴연구소에 재직하던 시절에 진행됐다.

연구진은 산화마그네슘(MgO) 기판 위에 홀뮴 원자를 두고 영하 270℃ 이하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관찰한 결과, 각 원자 속의 전자가 위(up)나 아래(down) 방향 중 한 종류의 스핀(spin·회전과 유사한 전자의 양자역학적 상태)을 가짐을 발견했다. 스핀은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 줄 때 전자가 어떤 방향으로 배열되는가와 관련이 있다.

스핀의 종류별로 발생하는 전류의 세기가 다르므로 전류를 측정하면 원자의 스핀 정보를 읽어낼 수도 있다. 게다가 STM 탐침으로 홀뮴 원자에 전압을 가하면 스핀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각 스핀을 디지털 신호 '0'과 '1'로 대체하면, 1비트의 정보 단위를 표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홀뮴 원자 옆에 철 원자를 두면, 이를 홀뮴의 스핀을 읽어내는 '원격 센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홀뮴 원자가 만드는 자기장을 바탕으로 철 원자가 스핀을 탐지하는 것인데, 이는 현재 상용화된 하드 디스크가 정보를 읽는 원리와 동일하다.

아울러 연구진은 홀뮴 원자 두 개로 총 네 가지 스핀 신호를 구분해 읽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하인리히 단장은 "홀뮴 원자 사이가 1nm(나노미터·10억 분의 1m)가 되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음을 확인했는데, 앞으로 그 이유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두 가지 스핀 상태가 공존하도록 제어할 수 있다면, 먼 훗날 양자컴퓨팅을 위한 큐비트(qubit·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공저자로 참여한 최태영 IBS 연구위원(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은 "다만 이런 메모리가 상용화되려면 작동 온도를 높일 필요가 있고, 정보를 기록하고 읽어내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IBM에서 하인리히 단장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다가 이달부터 IBS 연구진으로 합류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9일자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6일자에 나뉘어 실렸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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