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2006년 재정파산으로 주목을 끌었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가 세출을 억제한 재생 전략을 가동해도 인구유출이 심해지자 전략 수정에 나섰다.
세출억제에 따른 행정서비스 악화가 인구 유출을 촉발해 도시의 존속마저 우려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 측은 향후 10년간 113억엔 규모의 46개 신규사업을 담은 새로운 재생계획을 마련했고 중앙정부도 이에 동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새 재생계획은 노후한 시영주택을 재건하고 시립진료소를 개축하는 등 사회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육아를 돕고자 둘째 아이 이후 보육료 및 중학생까지의 의료비도 무료로 한다. 콤팩트시티를 목표로 도시의 기능을 집약해 어린이집, 진료소를 중심지에 짓는다.
중앙정부는 사회기반시설 정비를 위해 긴급할 때 교부하는 특별교부세를 10년간에 걸쳐 12억엔(약 120억원)을 배분한다. 유바리시는 세수가 연 8억엔인데, 매년 26억엔을 갚아가느라 힘든 처지다.
탄광도시 유바리시는 1964년까지 인구가 10만명을 넘었다. 그런데 에너지정책이 값싼 외국산 석탄과 석유를 수입하는 쪽으로 전환되며 24곳이던 탄광이 1990년 완전히 문을 닫게 됐다.
이에 유바리시는 신산업을 만들기 위해 1970년대부터 관광에 투자하며 빚이 불어났고, 2006년에 재정파탄에 빠져 이듬해 '재정재생단체'가 됐다. 이후 세계적인 도시재생 연구사례도 됐다.
탄광들이 갖고 있던 주택·병원·상하수도·발전 시설 등 여러가지 사회기반시설을 시 측이 차례로 인수하는데만 584억엔이나 투입한 것도 재정파탄의 원인이었다.
시 측은 이후 353억엔에 달하는 부채를 20년 동안에 갚기 위해 중앙정부 관리 아래 긴축재정을 폈다. 그 사이 인구가 유출되며 11개였던 초·중학교는 1곳으로 줄어드는 등 공공시설이 대폭 줄었다.
반면에 시민세나 고정자산세, 수도요금도 올리며 행정서비스가 나빠지자 인구유출이 심해졌다. 재생전략이 시행된 10년 사이 인구는 3분의 2인 8천600명으로 줄어들었다. 40세 미만은 거의 반으로 줄었다.
물론 유바리 시내에 일자리는 있다. 시티즌시계, 식품업체 마루하니치로 등의 거점이 있다. 그런데 육아 환경이 열악해 종업원들이 결혼하자마자 유바리시를 떠나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유바리시가 10년간 열심히 갚았지만 부채는 아직도 200억엔 이상이다.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부채상환에 허덕이게 된다. 인구가 계속해서 줄면 지역이 소멸할 가능성이 우려될 정도다.
재원은 작년도 말 현재 40억엔 정도 있는 기금을 깨 충당한다. 현재 시행중인 '고향 납세' 제도를 활용해 외지에 나가 있는 유바리시 출신이나 지역재생을 바라는 시민·기업들의 후원에도 기댄다.
유바리시가 보유한 3개의 숙박시설과 스키장도 매각해 2억엔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래도 재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특별교부세를 배분하게 되는 것이다.
유바리시는 2040년 인구가 4천500명까지 줄어든다고 본다. 새로 113억엔을 투입해도 인구 감소세를 억제해 도시의 쇠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보증은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tae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