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불법체류 여성, '한국인 신분세탁 위해 허위 출생신고' 추정
(시흥=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남부지역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불참한 아동 가운데 최종적으로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아동 1명은 애초 태어나지도 않은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이 아동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국적의 한 불법체류 여성이 한국 남성과 위장결혼을 하고, 낳지도 않은 아이를 허위 출생신고 했으며, 자신이 낳은 베트남인 딸을 한국인으로 신분세탁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3년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 A(34)씨는 비자가 만료돼 2007년부터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자 위장결혼을 계획했다.
위장결혼 브로커 조모(52·2014년 사망)씨를 통해 강모(50)씨를 소개받은 A씨는 2010년 9월 시흥 모 동사무소에 혼인신고를 했다.
무사히 혼인신고를 마친 A씨는 불과 6일 후엔 딸을 낳았다며 출생신고도 했다.
그러나 출생신고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확인됐다.
A씨가 동사무소에 제출한 산부인과 병원 출산증명서는 발급일이 2010년 8월인데, 출산일은 9월로 기재돼 있었고, 첨부된 아기의 사진은 누가 봐도 두 돌은 지난 베트남인 아기의 얼굴이었다.
더구나 의사 도장은 해당 병원에 근무한 적도 없는 사람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출생신고를 접수한 동사무소는 "증명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로 인해 브로커 조씨와 서류상 남편 강씨는 경찰에 붙잡혀 위장결혼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동사무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A씨의 출생신고는 받아줬다.
A씨가 위장결혼을 했고, 출산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출생신고는 받아준 것이다.
게다가 A씨는 수사 도중인 같은해 11월 9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그녀는 현재까지도 수배 상태이지만, 당국은 정작 그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
경찰이 A씨의 행적을 찾아나서게 된 건 그녀의 서류상 딸 B(7) 양이 올해 초등학교 예비 입학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영이 사건' 이후 초등학교 입학 예정 아동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 당국이 B양의 행방을 추적하다 A씨의 한국 내에서의 각종 '가짜 행각'이 포착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출국한 상태인데다 위장결혼 브로커 조씨가 2014년 사망해 B양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A씨와 위장결혼한 강씨를 수소문해 B양의 소재를 물었지만 강씨는 서류상 딸에 대해 "본 적도 없는 아이"라고 답했다.
A씨는 2010년 출국 직전인 10월 주한 베트남 대사관으로부터 B양 명의의 여권을 발급받았으나 B양의 출국 기록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한국 체류 중 베트남 남성과 사이에 딸을 낳아 아이를 고향집에 보낸 뒤 허위 출생신고를 이용해 이 딸을 한국인으로 둔갑시키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2010년 11월 A씨가 출국한 뒤 베트남 정부에도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A씨 고향집을 1주일간 방문했는데 당시 3살 정도된 A씨의 딸을 목격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A씨가 2003년 한국에 와서 2010년 출국 때까지 베트남에 다녀온 적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낳은 딸을 지인에게 맡겨 베트남으로 데려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경찰의 추정이다.
이 경우, A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자신과 달리 딸에게 한국인 신분을 부여하기 위해 허위 출생신고를 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동사무소가 경찰에 위장결혼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면서도 정작 출생신고는 왜 처리를 해줬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허위 출생신고를 의심한 동사무소가 행정처리를 왜 좀 더 까다롭게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베트남 대사관에 A씨의 호적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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