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업주에 돈 줘야 업체 옮길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들

입력 2017-03-08 16:09  

악덕업주에 돈 줘야 업체 옮길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들

다치고 부당한 대우에도 업주 금품요구…"고용허가제 독소조항 철폐해야"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업체 변경을 미끼로 금품을 받은 사업주가 잇따라 적발되자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을 철폐해야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8일 창원시 의창구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적발된 사업주 횡포 사례를 발표했다.

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올 1월 전남 광양시의 한 조선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네팔인 외국인 노동자 A(31)씨는 일하던 중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으나 회사는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업체변경을 요청했으나 고용주는 일부 치료비를 지불했다는 이유로 100만원을 요구했다.

이후 A 씨가 100만원을 가져오자 고용주는 업체변경 동의서에 서명을 해줬다.

작년 12월 경기도 김포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네팔인 외국인 노동자 B(32)씨의 경우 회사가 업체변경을 대가로 고용허가를 받기 위해 지출했던 구인비용을 공제하겠다며 임금 170만원 중 70만원만 지급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양말 관련 업체에서 근무했던 네팔인 노동자 C(25)씨도 다양한 이유로 업체변경을 요구했다.

사측이 퇴근 전후 및 정리시간 30분을 임금에서 공제하고 기숙사비 15만원, 식대 5만원까지 공제한데다 기숙사에서 술을 마신 뒤 난동을 부리는 한국인 때문에 스트레스까지 받은 것이다.

고용주는 C 씨로부터 400만원을 받고 업체변경 동의서에 서명했다.

C씨는 자신처럼 300만∼400만원을 내고 사업장을 옮긴 동료가 6명가량 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 규정상 외국인 노동자는 기존 사업주 동의를 받아야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일부 사업주가 이 조항을 악용해 업체변경 동의서 서명을 빌미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이주민센터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정부가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적 독소조항을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전면 재검토해 인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외국인력 도입제도가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변경을 조건으로 한 사업주 횡포 방지를 위해 이주민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손보고 2∼3년가량 한국에 체류한 뒤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단기 순환형 외국인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숙한 다문화사회 확립을 위해 '인종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고 향후 예상되는 노동인구 감소와 미래 산업 지형 변화 등을 고려해 합리적 외국인력도입제도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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