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韓美도 모두 잘못"이라는 中양비론…反사드 총력전인듯

입력 2017-03-08 17:02   수정 2017-03-08 17:29

"北도, 韓美도 모두 잘못"이라는 中양비론…反사드 총력전인듯

中 외교부장 싸잡아 비난…'약한고리' 한국 상대로 '공세' 집중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양비론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양비론의 배경에 한미 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겨냥했음이 드러나 보인다.

양비론으로 사드배치 반대 총력전에 들어간 기색이 역력하다.

7일 한미 군당국이 전격적으로 한국에 사드 장비를 옮겨 사드 배치작업을 사실상 시작한 가운데 반(反) 사드 기조를 강조해온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태세를 내비치고 있다.

다급해진 중국의 입장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8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드러난다.

왕 부장은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며 "이제 양측이 서로를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홍등'(빨간불)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며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도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사드배치의 원인을 제공했는데도, 마치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도외시한 채 되레 북한에 일정 정도 명분을 제공하는 듯한 이 발언은 중국이 앞으로도 전략자산인 북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드 문제에 대응해나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아울러 왕 부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정당한 방어훈련인 한미연합훈련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한반도 사드배치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데서 중국의 초조함도 드러나보인다.

사실 중국의 이런 반(反) 사드 총력전은 단순히 사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듯하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염두에 뒀다는 한미 양국의 해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중국은 한반도 사드배치를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하나로 바라보는 듯하다. 한반도 배치 사드체계를 통해 레이더로 중국 동북부를 샅샅히 감시해 중국의 안보망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또 한반도 사드 배치를 용인하면 동북아 안보지형에서 중국이 크게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보인다.

아울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도 일본을 끼어넣은 미국의 공세에 계속 밀리게 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그러면서 중국은 반사드 총력전을 벌이면서, 미국보다는 약한 상대인 한국만 겨냥했음이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환율조작국 지정과 고관세 부과 압박을 펼치면서 대만과 밀착 행보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도 위협하고 남중국해에서 미군 전력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중국으로선 사드배치를 전략적 안보의 침해로 간주하면서도 그 약한 고리인 한국을 상대로 총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사드 문제를 놓고 한국에 날선 비판을 했을 뿐 미국을 상대로 해서는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잔뜩 늘어놓았다.

중국은 조만간 방중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에 조심스런 기색이다.

실제 중국은 내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통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을 올해 역점과제로 두고 있다.

왕 부장은 "미중 양국은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 중"이라며 "양국 정상들이 협력하고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나아가고 있으며 양국은 완벽히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가 미국 주도라는 걸 잘 알면서도 한국만을 상대로 반사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사평론가 윈궈밍(尹國明)은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은 북미간 문제이고, 사드 문제의 실질은 미중간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한국과 롯데를 상대로 전방위에 걸쳐 고강도의 보복 조치를 벌이면서 앞으로 사드배치의 전격적인 착수에 맞춰 보복·제재의 수위를 한단계 올리는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대사 소환 등 외교채널을 통한 추가 항의에 나서지 않는 것은 사드 문제가 미·중 정상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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