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규정과 지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로마제국은 서유럽과 아프리카 북부, 소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통치했다. 로마인은 식민지의 로마화를 추구했다. 새롭게 편입한 지역에 도로를 깔고 로마식 건물을 지었다.
16세기부터 다른 대륙에 진출해 식민지를 건설한 유럽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착취하면서도 식민지를 문명화해야 한다는 사명을 품고 유럽의 제도와 문화를 이식했다.
하지만 1857년 인도에서 세포이 항쟁이 터지면서 식민지배 방식이 바뀌었다. 유럽인들은 원주민을 유럽 문화에 동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존중은 곧 경시를 의미했다.
신간 '규정과 지배'(창비 펴냄)는 이 같은 식민지배 형태의 전환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인 마무드 맘다니 우간다 마케레레대학 사회조사연구소장은 로마식의 지배 양식을 '직접지배', 19세기 중반 이후의 지배 방법을 '간접지배'라고 일컫는다.
간접지배의 핵심은 지배자인 정착민(settler)과 지배를 받는 원주민 사이에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직접지배에서 간접지배로 전환이 이뤄질 때 동질화를 밀어붙이는 정책에서 벗어나 차이를 규정하고 관리하는 정책으로 몰입하는 과정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간접지배를 시도한 유럽 사람들은 인구조사, 거주지 분할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정착민과 원주민을 끊임없이 구분하고자 했다.
문제는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유럽이 중심이라면, 나머지 지역은 주변에 불과했다. 또 정착민은 1등 시민이지만, 원주민은 2등 시민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정착민이 근대화 과정에 있는 교양인인 반면, 원주민은 보존과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편견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에서는 식민지배가 끝난 뒤에도 일부 종족이 원주민, 즉 차별해야 할 주민으로 남았다. 세상을 '종족'의 프레임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바로잡히지 않은 셈이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민주적으로 재편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저자는 "근대 국가는 시민사회 내의 차이를 인정하는 대신 정치사회에서의 평등한 시민권을 보장했다"며 "그것의 식민지적 버전은 정치와 사회 양쪽 모두에서 차이를 제도화했다"고 지적한다.
최대희 옮김. 244쪽. 1만5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