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기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찬·반 양론은 물론 사드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나온다. 한·미 군당국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개시를 놓고, 헌재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리 '대못질'을 하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는 기류가 야당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감지된다. 국가 안보의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 국론 통합은 고사하고 또다시 사분오열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부분의 후보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거나 한미 간 국가적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는 쪽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고, 지지도 선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외교적 복안이 있다면서 사드 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견해가 틀에 짜맞춘듯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문제에 대선 표를 의식한 정치공학이 개입돼선 안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 전 대표의 '복안'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북한은 수시로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중국은 무차별적인 사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복잡한 방정식을 풀 해법이 있다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가 "다음 정부로 넘겨주면 긴밀한 한미 협의, 한중 협의를 통해 안보와 국익을 함께 지켜내는 합리적인 결정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많이 부족하고 석연치 않다. 사드를 둘러싼 긴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진짜 그런 복안이 있다고 한다면 현 외교·안보라인에 귀띔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사드 반대'와 '한미 간 합의 존중'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최근에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외교"라며 계속 안갯속 줄타기를 하는 듯한 인상이다.
전략적 모호성이 자칫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방위적 사드 압박이 차기 정부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보는 현실이고, 현실은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도그마적인 틀에 갇혀선 안 되고 갇힐 필요도 없다. 최근에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4발 발사, 김정남 암살, 미국 내 선제타격론·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급부상, 갈수록 노골화되는 중국의 고압적인 사드 보복 등이 맞물려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복잡한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변화를 담아내면서 필요하면 항로를 바꿔가는 것이 국익을 담보하고 국민을 지켜내는 현실적 안보관일 것이다. 사드 찬·반은 물론 차기 정부 이관론이 지금도 현실에 부합하는지 대선후보라면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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