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여성의날 '女心' 공략…"성평등 세상 만들겠다" 공약

입력 2017-03-08 17:15   수정 2017-03-08 17:48

文, 여성의날 '女心' 공략…"성평등 세상 만들겠다" 공약

'단계적 남녀동수내각' 깜짝 공약…"저를 도구 삼아 달라"

오후 여성일자리 일정 취소…"임박한 탄핵 선고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서혜림 기자 = 야권의 대선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심(女心) 공략에 나섰다.

때마침 '부천 성고문 피해자'로 여성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권인숙 명지대 교수를 영입하면서 표심은 물론 촛불민심에 대한 여론 환기에도 주력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성별격차해소·돌봄·안전사회 등 구체적인 성평등 정책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공약으로 약속드리기 쉽지 않지만" "단계적" 등의 전제를 달긴 했지만 '남녀 동수 내각'이라는 파격적인 여성 정책을 깜짝 공개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만큼 여성 정책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은 제기됐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언급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집권할 경우 그만큼 성평등을 중요한 정책기조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각 분야 여성 인력풀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여성 유권자 표심을 자극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성평등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제가 여성들의 마음과 아픔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여성들이 함께 채워주신다면 정말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여성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문 전 대표는 "제 누나는 공부를 잘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여상을 나와 작은 회사 경리직원으로 취직했다. 덕분에 제가 대학을 갈 수 있었다"며 "집집마다 누나나 여동생의 희생으로 오빠나 남동생을 공부시키는 일이 흔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났지만, 여성이 희생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육아만 해도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 또는 다른 여성의 도움 없이 일하기 어렵다. 그게 안 되면 경력단절이고, 제 딸도 마찬가지"라며 "대부분 여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독립적인 주체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악전고투한다"고 현실을 되짚었다.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엠마 왓슨 유엔 여성친선대사의 'HeForShe' 캠페인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내 아내에게 와이프·며느리·엄마·할머니만이 아니라 '정숙씨'라는 이름을 찾아주는 것, 내 딸이 경력단절 여성이 아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일, 아내와 딸이 밤길에서도 안전하고 직장에서 성차별을 당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성평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성별·연령·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모두의 의무가 다르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 문재인을 도구로 삼아달라"고 호소했다.

여성 권리를 뜻하는 보라색 넥타이를 한 문 전 대표는 민주당 당사에 들러 여성 당직자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오후 잡혔던 여성일자리 정책 일정을 취소했다. 탄핵선고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탄핵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따른 것이라는 게 문 전 대표 측 설명이다.

문 전 대표가 여성계 인사로 권인숙 교수를 영입한 것도 단순히 저명한 여성학자 합류라는 의미를 넘어 민주화 운동에 가속도를 붙인 상징적 사건의 당사자로서 탄핵정국의 촛불민심과 맞닿아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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