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 둘러싼 내부 갈등 증폭

입력 2017-03-08 20:02  

마케도니아,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 둘러싼 내부 갈등 증폭

조르게 대통령, "알바니아계가 주권 위협" 국제사회에 호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을 둘러싸고 촉발된 마케도니아의 내부 갈등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7일 마케도니아 내 소수 민족인 알바니아계가 요구하는 기본권 증진 요구가 마케도니아의 주권과 독립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미국, 터키 등에 보냈다.

이바노프 대통령의 서한 발송은 지난 1월 알바니아계 정당 3곳이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 등을 포함해 마케도니아에서의 알바니아인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공동 공약에 서명한 것이 마케도니아의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임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이바노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진행된 총선에서 2번째로 많은 의석을 얻은 사회민주당연합(SDSM)이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을 조건을 내건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구성한 연정에 통치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며 최근 거부권을 행사, 마케도니아 정국을 더 깊은 혼란으로 몰고 간 바 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2015년 2월 당시 총리이던 니콜라 그루에브스키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 간 도청했다는 야당 측의 폭로를 발단으로 여야의 공방이 격화하며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이 지속됐고, 작년 1월 그루에브스키 총리가 사임한 뒤 EU 중재로 2018년 예정됐던 총선을 작년 12월 앞당겨 실시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이 51석, SDSM이 49석으로 초박빙을 이룬 탓에 10석 안팎의 의석을 얻은 알바니아계 정당들이 연정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다.

SDSM에 앞서 알바니아계 정당과 연합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친 VMRO-DPMNE은 교착에 빠진 정국 타개책으로 총선을 다시 치를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재 알바니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마케도니아 북서부에서만 공식 언어로 쓰이고 있는 알바니아어의 전국 공용어 지정 움직임에 맞서 마케도니아에서는 1주일 넘게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일 남서부 도시 비톨라에서는 알바니아 문자 관련 박물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일부 시설이 파손되기도 했다.

알바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마케도니아는 전체 인구의 200만명 가운데 약 25%가 알바니아계 주민으로 구성됐으며, 2001년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폭동으로 내전 직전까지 치달았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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