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칙 코리아의 손가락이 흑백의 건반 위를 뛰놀 때마다 예측불허의 멜로디가 전개됐다. 드라마틱하고 창의적인 곡 구성,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 사운드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현대적 감각을 유지했다.
8일 밤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Chick Corea Elektric Band)는 1천100여 관객에게 전율의 110분을 선사했다.
키스 자렛, 허비 행콕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칙 코리아는 그래미 어워드 63회 노미네이션, 22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재즈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코리아'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인에게 더 친근한 그는 게리 버튼·허비 행콕 등과 듀오로, 그리고 재즈 그룹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로도 내한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날 데이브 웨클(드럼), 존 패티투치(베이스), 에릭 마리엔탈(색소폰), 프랭크 겜베일(기타)과 함께 무대에 오른 칙 코리아는 "내 나라(코리아)에 다시 오게 돼서 기쁘다"고 우스개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일렉트릭 밴드로는 이번이 첫 공연이다.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렉트릭 밴드'는 '차지드 파티클스'(Charged Particles), '트랜스 댄스'(Trance Dance)와 '비니스 더 마스크'(Beneath the Mask), '캡틴 조슬린'(Captain Jocelyn), '갓 어 매치?'(Got a Match?) 등 총 7곡을 선보였다.
1970년대 '리턴 투 포에버'로 활동하며 퓨전 재즈의 기틀을 닦은 칙 코리아는 1980년대에는 '일렉트릭 밴드'로 확고한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완성해갔다.
당대 최고의 테크니컬한 뮤지션들로 구성된 '일렉트릭 밴드'는 현란하고 복잡한 연주라인을 강조하며 '리턴 투 포에버'와는 또 다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이날 공연에서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는 전자음악으로 쌓아올린 아름답고도 견고한 자신들만의 성채를 선보였다.
일렉트릭 밴드가 재즈 음악사에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연주력을 갖춘 멤버들의 활약이 컸다.
그 가운데서도 정확하고도 날렵한 존 패티투치의 베이스 연주와 신기에 가까운 리듬을 만들어내는 데이브 웨클의 드러밍은 칙 코리아의 건반 연주와 함께 '일렉트릭 사운드'의 핵심을 이뤘다.
이날 공연에서는 5명의 멤버가 치밀하게 주고받는 환상적 인터플레이 속에 멤버들의 솔로 연주도 빛났다.
존 패티투치는 '트랜스 댄스'에서 리듬 악기인 베이스를 멜로디 악기를 다루듯 자유자재로 연주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캡틴 조슬린'에서 칙 코리아는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 신비로운 사운드로 관객을 사로잡았으며, 데이비드 웨클은 정교하면서도 파워풀한 드러밍 솔로로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또 프랭크 겜베일의 기타 연주는 록적인 사운드로 재즈의 장르적 한계를 시험했고, 에릭 마리엔탈의 색소폰은 일렉트릭 사운드와 어쿠스틱 사운드의 사이의 균형추 구실을 했다.
공연을 마친 칙 코리아는 멤버들 간에 포옹을 나누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끈끈한 동료애와 신뢰를 자랑했다.
또 칙 코리아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객석을 배경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셀프 카메라를 찍는 등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갓 어 매치'를 엔딩곡으로 선보인 '일렉트릭 밴드'는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올라 '블루 마일스'(Blue Miles)로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은 공연장의 '일렉트릭 밴드'가 퇴장한 뒤로도 한동안 박수를 보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