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일 맞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농성…해결책 '시계 제로'

입력 2017-03-09 08:34  

1천일 맞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농성…해결책 '시계 제로'

대학 "고용 의무 없고, 고용할 여력도 없어"

청소노동자 "해결책 안 나오면 계속 농성"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한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오는 11일로 1천일을 맞는다.




그동안 농성장은 3차례에 걸쳐 대학 본관에서 학교 부지 밖으로 밀려났고, 농성자들은 농성장 철거를 거부하다가 1인당 8천만원이 넘는 강제이행금을 내야 할 처지가 됐다.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와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 측은 현재로선 고용할 여력조차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시급 6천원 요구한 농성, 어느덧 1천일

청소노동자 농성은 지난 2014년 6월 16일 대학 본관 로비에서 시작됐다.

당시 노동자들이 요구는 시급을 기존 5천210원(2014년 법정 최저시급과 동일)에서 6천원으로 인상할 것과 상여금 100%를 추가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시급 5천210원이면 한 달에 108만원 정도인데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임금이다"며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달라는 요구가 무리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울산과학대 측은 이들 청소노동자가 이미 전국 대학 중에서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대학 측은 "상여금과 수당을 합하면 연간급여는 1천900만∼2천100만원 수준이며 다른 대학에 비해 근무 환경이 나쁘지도 않다"고 맞섰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농성이 길어지자, 대학 측은 "학교 부지를 점거한 농성으로 면학 분위기를 흐리고 시설물을 더럽히고 있다"며 울산지법에 강제퇴거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농성장은 본관 밖으로, 또다시 대학 정문 밖으로, 지난달부터는 아예 대학 정문에서도 밀려났다.

이 과정에서 8명의 농성자가 퇴거 명령을 따르지 않고 버티자, 법원은 1인당 강제이행금 8천200만원씩을 대학 측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그나마 자녀들이 장성해서 부양해야 할 가족은 없지만, 2년 8개월 넘게 돈을 벌지 못해 빚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 "고용 보장·재발 방지책 마련" vs "고용 의무 없고, 여력도 없어"

노동자들은 현재 고용 승계와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처음 이들이 소속됐던 청소용역업체는 이미 2015년 5월 대학과 계약이 만료돼 현재는 새 업체가 들어와 새로운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십수 년씩 일하면서 여러 차례 용역업체가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고용 승계가 이뤄졌다"며 "고용 보장 등을 위한 교섭에 학교 측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입장은 다르다.

대학 측은 "2015년 업체가 바뀔 당시 고용 승계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농성자들이 불참했고 취업 의사를 표현하지도 않았다"며 "이미 고용이 끝난 상황이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설명회를 연 당일 대학 측이 농성 천막을 뜯는 등 사실상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자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학 측이 실질적인 고용 승계 기회를 제공했는지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문제는 대화에도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무소속 김종훈(울산 동구) 의원 등이 정정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허정석 울산과학대 총장 등과 만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으나 상황은 그대로다.

대학 측은 "청소노동자는 청소용역업체와 고용 계약 관계로 대학 측이 교섭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관계자는 "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대학의 법적 관계는 없다"며 "대학구조개혁 정책, 입학생 감소 등으로 재정 수입이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라서 청소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농성자인 김순자 민주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은 "농성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용역업체가 아니라 결국 실질적인 고용주인 대학이다"며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농성이 1천일이 됐고, 합의되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9일 현재 이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시급은 7천330원, 지난해 연봉은 2천21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cant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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