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한' 분위기에 중국행 수학·가족여행 취소·변경

입력 2017-03-09 09:40   수정 2017-03-09 10:00

中 '반한' 분위기에 중국행 수학·가족여행 취소·변경

제주 초교 2개교 변경·재검토…"불안감 커 걱정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리고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으로 가려던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9일 제주도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초등학교 2개교 중 귀덕초는 여행지를 바꾸기로 했고, 금악초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귀덕초는 매년 해당 학교 출신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일본이나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지난해에는 일본 지진이 있어서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갔으며, 올해는 사드 배치 문제로 민감한 상황이라 중국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

금악양돈발전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매년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금악초 역시 여행지와 애초 6월 초에 가려던 여행 일정 등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의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보면 국내 수학여행을 통해 달성하기 어려운 특별한 교육적 목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외 수학여행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도내에서 초교 2개교(중국), 고교 1개교(일본) 등 3개교만 국외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학여행은 각 학교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두 학교에는 유선상으로 중국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며 "각 학교에서도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전모(28·여)씨는 아버지 환갑을 맞아 오는 5월께 중국 장자제로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으나, 최근 상황을 고려해 다른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다.

전씨는 "롯데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백화점이나 식당에서도 한국인을 거부하는 등 중국 현지의 반한 감정에 대한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어서 가족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동남아 등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여행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모(28·여)씨는 친구들과 오는 4월 20∼23일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제주∼상하이 항공권을 사뒀다가 고민에 빠졌다.

백씨는 "위험하다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친구들도 그렇고 저도 걱정되는데, 특가 상품이라 위약금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고 해서 취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한 달여 기간이 남아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예약해둔 중국 여행을 취소하고 싶은데 위약금 때문에 고민이 된다거나 안전이 얼마나 보장될지에 대한 문의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각 여행사에도 중국 여행 취소·변경에 대한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령 이후 제주를 비롯해 한국 여행을 대거 취소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도내 24개 여행사에 11만3천13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예 기한인 15일을 앞두고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 운항이 중단 또는 감편되고 있으며 성산일출봉과 용두암 등 도내 유명 관광지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유럽 최고의 크루즈 선사인 코스타 크루즈가 코스타 세레나호와 코스타 아틀란티카호의 제주 기항을 6월까지 취소해 약 12만명이 제주에 오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취소로 관광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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