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만에 돌려받았어요"…지심도 '친환경 관광지'로 거듭난다(종합)

입력 2017-03-09 17:27   수정 2017-03-09 17:32

"80여년만에 돌려받았어요"…지심도 '친환경 관광지'로 거듭난다(종합)

일제 강점 후 군사 시설로 쓰다가 시민 품으로…12년간 국방부와 줄다리기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지심도(只心島) 드디어 반환받았습니다. 앞으로 친환경적인 관광 명소로 가꿔나가겠습니다."

9일 오후 2시 경남 거제시 앞바다에 있는 지심도 한 가운데 활주로 터.

지심도 반환 관련 동영상이 상영되는 가운데 반환식이 시작됐다.




이날 거제시내 곳곳에는 '80여년 만의 반환! 지심도 거제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다'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80여년 만의 귀환'은 일제가 지심도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군사적 요충지로 만든 1936년부터 역산해 표현한 것이다.

권민호 거제시장, 김한표 국회의원, 반대식 거제시의회의장을 비롯해 거제시, 시의회 관계자들과 주민자치위원 등 300여명이 반환식에 자리했다.

권 시장은 "지심도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일본이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후 동북아 침략전쟁의 군사적 요충지로 이용됐고 광복 이후에도 국방상의 이유로 우리 시가 소유권을 갖지 못한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섬"이라고 회상했다.

그리고는 "이런 아픔을 간직한 지심도를 반드시 되찾겠다는 시민들의 오랜 염원과 소원을 완수할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이어 "이제 우리는 지심도라는 원석을 더욱 빛나는 보석으로 다듬어 갈 것"이라며 "우리는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더욱 잘 보존하고 관리해서 전국 최고의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명품테마 관광지로 조성해 1천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국방부와 줄다리기를 한 탓인지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있는 듯했다.

시민 윤영원 씨는 "거제의 큰 자랑인 지심도가 국방부 소유에서 거제시로 돌아온 오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지심도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생태계가 잘 보존된 명품 섬으로 시가 잘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념행사에서 권 시장은 지심도 반환에 도움을 준 국방과학연구소와 정문섭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장, 김정철 전 국방부 시설기획과장 등에게 거제시민의 감사의 뜻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다.

기념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선착장으로 이동해 '지심도 반환 기념비' 제막식을 갖고 지심도가 거제시 소유가 됐음을 선포했다.

지심도는 거제 장승포에서 관광유람선으로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으로 동백꽃이 유명하다.

동백꽃 터널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백섬', '동백꽃섬' 등으로 알려져 있다.

활주로 터에서는 짙푸른 색의 남해 앞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땅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지심(只心)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거제시 8경에 속한다.




하지만 섬 한쪽에 있는 군사시설 탓에 관광객들은 섬의 남쪽 한 부분을 탐방하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늘 아쉽다는 게 관광객들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섬 전체를 꼼꼼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시가 오랜 기간 국방부와 협의를 진행한 끝에 지심도를 돌려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반환식은 반환을 기념해 열렸다.

거제시가 지심도를 돌려받기 위한 과정은 꽤 길었다.

지심도 소유권 이전사업은 2005년 추진됐었다가 2008년 8월 제17대 국회의원 임기만료로 국회에 제출된 청원서가 폐기됐다.

이후 시는 2013년 국방부·거제시·국방과학연구소 3자 간 '지심도 소유권 이전 합의 각서'를 체결하면서 다시 지심도 반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4년 11월에는 환경부로부터 지심도 이전동의를 받음으로써 모든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국방과학연구소 지심도 해상시험소를 거제 일운면에 있는 서이말기지로 옮기면서 이전절차가 모두 끝났다.

막바지 국방부와 토지가격 협상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무려 12년이 걸렸다.

지심도는 면적 0.356㎢, 길이 1.5㎞, 너비 500m의 섬이다.

시는 지심도를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섬으로 만들어 1천만 관광객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동백꽃 터널을 비롯해 한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원시림, 망망대해를 지척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 등이 있어 개발 여하에 따라 지심도는 새로운 관광 섬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심도에는 일제시대 때 건축된 대포(大砲)진지가 나온다.

견고한 콘크리트로 지어진 대포진지는 과거 일제가 얼마나 집요하게 한반도를 지배했는지 잘 알려준다.

이런 과거 역사를 얼마나 잘 살려낼지가 관건이다.

국방부 시설물을 철거할지, 아니면 그냥 놔둔 채 섬 개발계획에 포함시켜야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국방부 시설물을 역사관으로 만들지 등은 현재 용역을 준 상태여서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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