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업 보상따라 영동 596㏊, 옥천 95㏊ 포도농사 포기
수입산에 가격 밀리고 고령화 농민들 일손 많은 포도 기피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국내 3대 포도산지 가운데 한 곳인 충북 영동·옥천지역 포도밭이 사라지고 있다.
한·칠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후 전체 포도밭의 3분의 1가량이 정부 보상을 받고 농사를 접었다.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 포도에 밀리는 데다 갈수록 심화하는 농촌 고령화 탓에 잔손이 많이 가는 포도농사를 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전국에서 유일한 영동 포도·와인 특구 존립마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영동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정부의 FTA 폐업 지원이 시작된 이후 596㏊의 포도밭이 폐원했다. 폐원 보상이 시작되기 전 이 지역 전체 포도밭(1천801㏊)의 33.1%가 사라진 셈이다.
이 지역에는 전국의 11%, 충북의 69.4%의 포도밭이 있다. 전성기인 2010년 2천222㏊ 이후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경북 영천·김천과 더불어 국내 3대 포도산지로 꼽힌다.
정부는 포도를 FTA 피해 작목으로 정해 3.3㎡당 노지는 5천835원, 시설(비닐하우스)은 9천15원씩 폐원 보상을 해주고 있다.
값싼 수입과일 공세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조처다.
영동포도연합회 오용은 회장은 "FTA 이후 포도농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고령화된 인구구조 역시 포도농사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포도는 이른 봄 가치치기를 한 뒤 나무껍질을 벗겨야 하고, 개화기에는 순을 따고 알을 솎아준 뒤 봉지를 씌우는 등 잔손이 많이 가는 농사다. 그러면서도 복숭아 등 일손이 덜 드는 작목보다 수익성 면에서 뒤처진다.
영동군의회 여철구 의원은 "이러다가는 전국 유일의 포도·와인산업 특구라는 위상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포도 농가 소득향상을 위한 유통·가공시설 확충이 급하다"고 지적했다.
인근 옥천군도 전체 325㏊ 중 29.2%인 95㏊가 정부 보상을 받아 농사를 접었다.
이로 인해 2004년 786㏊였던 포도밭은 230㏊로 13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옥천군 관계자는 "폐원하는 농민 대부분은 70대 이상 고령층"이라며 "젊은층에서는 힘들고 수익성 낮은 포도 대신 복숭아나 체리 등으로 바꾸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도 폐원과 더불어 복숭아 재배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자칫 과잉생산과 가격하락 등 풍선효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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