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서 코믹 연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남성 위주의 범죄 액션물이 넘치는 극장가에 모처럼 나온 여성콤비 코믹액션영화다.
국가안보국 비정규직 댓글알바 요원 장영실(강예원)과 경찰청 소속 경찰 나정안(한채아)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 공조수사로 조직의 우두머리를 잡는 내용이다.
강예원(37)은 장영실 역을 위해 얼굴을 반쯤 가린 커다란 금테 안경에 부스스한 곱슬머리, 소매가 늘어진 옷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모를 싹 바꿨다.
"커다란 금테 안경은 제가 뉴욕에 여행 갔을 때 빈티지 숍을 일일이 다니며 찾아낸 소품이에요. 처음에 장영실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옷과 소품부터 사러 다녔죠. 제가 연기한 기존의 어눌한 캐릭터들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강예원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런 열정은 이번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예원은 코믹한 캐릭터인 장영실을 마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장영실은 인생에서 한 번도 주인공인 적이 없는 루저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축산관리사 등 무려 22개의 자격증을 가진 능력자다. 국가안보국 상사가 보이스피싱을 당해 국가 예산 5억 원이 털리자,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직접 범죄조직에 들어간다.
"제 주변에서도 실제로 보이스피싱을 당한 분이 계셨고, 제 가족도 비정규직이고, 저 역시도 계약직이어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죠. 미래가 항상 불안하고 불투명하고…나이가 들면 들수록 살맛이 안 나는 느낌이 드는 세상인데, 이 영화를 보고 관객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강예원은 이 작품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 그는 외모에 변화를 주니까 주변의 시선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제가 장영실로 변신하면 사람들이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더라고요. 편하긴 했죠. 그래도 남자들의 시선이 저에게 전혀 오지 않고, (한) 채아한테만 쏠리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긴 하더라고요. 하하. 그때 우리나라의 외모지상주의를 뼈저리게 깨달았죠. 그래도 저는 프랑스 배우들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아요."
강예원은 생활 연기 속에서도 몇몇 인상적인 장면을 선보인다. 특히 개와 소통하기 위해 바닥을 뒹굴며 개 흉내를 장면이 압권이다.
"사실 가장 촬영하기 힘든 장면이었어요. 어떻게 연기해야 정답인지 아무도 몰랐거든요.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채아랑 밤새도록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울었어요. 연기라는 것이 할 때마다 어렵다고 생각했죠."
강예원은 전날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채아의 깜짝 열애 고백이 화제가 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는 (남자친구가 있는) 채아가 너무 부럽더라고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저는 남자와 노는 것보다 여자친구들과 영화 보고 밥 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언제 남자를 만날지 모르겠네요."
2001년 SBS 시트콤 '허니허니'로 데뷔한 강예원은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영화 '날, 보러와요'(2016), '연애의 맛'(2014), '조선미녀 삼총사'(2014), '헬로우 고스트'(2010) 등 코믹과 스릴러 장르 등을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TV 예능 프로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걸그룹 프로젝트에 도전 중이다.
한양대 성악과 출신인 강예원은 앞으로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목표다.
"'라라랜드' 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그래서 목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죠. 현재 성대부종을 앓고 있어서 조금만 음을 높여도 새는 소리가 나와요. 약을 먹고 있는데, 언젠가 제가 꿈이 이뤄질 날이 오겠죠?"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