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축사노예 이어 '절도노예'…10대의 장애인 학대

입력 2017-03-09 16:18  

염전·축사노예 이어 '절도노예'…10대의 장애인 학대

무서운 10대 지적장애인 위협해 절도 지시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평소 알고 지내던 지적 애인을 위협해 금품을 훔치게 한 10대 두 명이 검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으나, 절도에 참여한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는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 수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A(19)군이 지적장애 3급인 C(22)씨를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이다.

지역 선후배 사이로 만났지만 A군은 C씨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욕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금품을 뺏거나 잔심부름을 시켰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주먹을 휘둘렀다.

C씨는 A군이 두려웠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C씨의 지능지수는 IQ 50∼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초 A군이 김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C씨를 찾아왔다.

A군은 C씨의 월급 150만원 가량을 빼앗아 유흥비로 탕진했다.

며칠 뒤 돈이 떨어진 A군은 C씨에게 속칭 차털이나 편의점 털이를 시킨 뒤 금품을 빼앗기로 계획했다.

낮에는 범행 수법을 가르쳤고, 밤에는 범행을 하도록 했다.

범행을 위해 C씨의 돈으로 렌터카를 빌렸고 평소 알고 지내던 B(16)군도 끌어들였다.

A군은 지난 1월 28일 오전 1시께 B군과 C씨를 시켜 전북 군산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문을 열고 들어가 현금 23만원을 훔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현금 25만원을 훔치도록 했다.

차량 털이를 하는 동안 A군은 렌터카에 앉아 돈을 훔쳐 오기를 기다렸다.

또 지난달 10일 오전 3시께에는 C씨를 시켜 충남 서천 한 편의점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금품을 훔치게 하는 등 서천과 군산 일대 편의점에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80만원 상당의 현금과 문화상품권 등을 훔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범행 당시 A군은 모텔에서 C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범행에서 A군은 전면에 나서는 법이 없었다.

그는 C씨의 휴대전화 및 은행계좌를 이용해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문화상품권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판다는 글을 게시하고 피해자들이 입금한 175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A군은 "C씨는 장애인이니까 붙잡히더라도 크게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A군은 특히 C씨가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자 그의 거주지를 찾아가 데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C씨를 데려온 뒤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손을 청테이프나 케이블 타이로 묶은 뒤 모텔이나 차량 등에 감금했다.

A군이 수시로 C씨를 폭행하고 위협했기 때문에 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신안 염전노예 사건(2014년)과 청주 축사노예 사건(2016년)처럼 이번 사건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 유린 범죄'로 규정했다.

A군이 지적장애인 C씨를 노예처럼 부리며 범행을 시켰고 훔친 돈을 사용하며 C씨의 인권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다만 C씨에 대해서는 판단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범행에 가담한 한 점 등을 고려해 각종 복지제도 및 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지적장애인이 범죄로 인한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들을 범죄의 위험에서 보호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지적장애인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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