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어느 전문가도 예상 못 한 돌풍이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스라엘 야구 대표팀이 1라운드 3전 전승을 거두고 A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당초 A조에서는 네덜란드가 최강이고 한국, 이스라엘, 대만이 뒤를 잇는다는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에서 특별히 빛을 보지 못한 선수가 대부분인 이스라엘은 한국과 개막전에서 승리한 데 이어 대만과 네덜란드까지 잇따라 격파했다.
내야수 네이트 프리먼과 외야수 잭 보렌스타인은 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4-2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주변에서는 우리를 약체로 꼽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먼은 "우리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도쿄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시선이 많았다"며 "이제는 달라졌다. 우리는 도쿄를 넘어 (준결선·결선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까지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렌스타인은 "우리가 지난해 (예선을 치르기 위해) 처음 모였을 때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번 선전을 계기로 이스라엘에서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기자회견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뿌리'로 넘어갔다.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8명 중 단 1명만 이스라엘 태생이다. 나머지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유대인이다.
WBC 주최 측은 야구 세계화를 위해 선수들이 혈통 등으로 연결된 국가 소속으로도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유대인의 단합'을 깜짝 활약의 배경으로 들었다.
보렌스타인은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항상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야구를 통해) 우리 민족에게 그런 증오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리먼은 "미국인으로서 유대인을 대표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며 "이런 국제대회 활약이 계기가 돼 언젠가는 이스라엘에도 프로리그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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