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전문가 토의·국가 투표 거쳐 정식 국제 표준으로 최종 승인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국내에서 개발한 환경오염 측정방법이 국제 표준을 위한 신규 제안으로 채택돼 국내 환경오염물질 분석 능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됐다.
강원대학교는 표동진 화학과 교수가 개발한 남조류 독소 측정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신규작업 아이템 제안(NWIP)으로 채택됐다고 9일 밝혔다.
남조류란 최근 국내 4대강을 중심으로 부영양화가 가속됨에 따라 발생하는 '녹조 현상'의 원인이다.
남조류 점액질은 상수원처리장 필터 막힘을 초래하고, 수돗물에서 불쾌한 냄새와 맛을 내는 등 피해를 준다.
또 인체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를 함유하고 있다.
물속의 이 독소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탓에 첨단 분석화학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측정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인체에 매우 유해한 대표적인 수질오염물질로 여기고 있어 표 교수의 이번 채택은 우리나라 환경오염물질 분석 능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ISO 신규작업 아이템 제안으로 채택 받기 위해서는 5개국 이상의 나라로부터 찬성을 받아야 한다.
표 교수는 18개국으로부터 찬성을 받았다.
기업 연구원이나 대학교수가 소속된 국가 이름으로 ISO에 표준을 신규 제안해 채택되면 ISO는 3∼4년간 해당 분야 전문가 그룹 토의와 투표를 거쳐 정식 국제 표준으로 최종 승인한다.
이번 채택으로 표 교수는 앞으로 3년간 ISO 미팅에서 의장을 맡아 마이크로시스틴 측정법에 관한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한다.
표 교수 제안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으면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남조류 독소 분석할 때 표준 분석법으로 쓰인다.
환경오염물질의 측정에 사용되는 장비, 기술 평가에 쓰이는 통일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번 성과는 환경부의 '2016년 환경 분야 국가표준개발 및 국제표준화 연구 사업'에 참여해 이뤄졌다.
해당 측정 기기는 바디텍메드와 공동개발했다.
표 교수는 "국제 표준 획득은 국내에서 생산한 측정 장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길을 연 것"이라며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산업경쟁력 확보 등 경제적인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논문 및 특허 위주로 연구 성과를 평가하고 있어 국제 표준은 연구 성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관련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제 표준도 성과로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표 교수는 2013년 세계 최초로 형광 면역분석법을 이용해 휴대가 가능하고, 20분 이내에 높은 감도로 측정할 수 있는 '남조류 독소 마이크로시스틴 측정기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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