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실망은 분노로 변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전에 이어 네덜란드전에서 나타난 무기력한 모습과 뒤따른 패배는 큰 실망을 자아냈다.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팬들도 잘 알지만,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경기 중간중간 TV 중계화면에 비친 선수들의 태도였다.
일부 선수가 대표팀이 패하고 있는 중에도 더그아웃에서 가벼운 장난을 치거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안방에 날아들었다.
'대표팀 경기가 장난이냐'는 비난이 폭주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주장인 유격수 김재호(32·두산 베어스)가 있다.
김재호는 천성이 착하고 긍정적이다.
KBO리그 소속의 적지 않은 선수가 무례함으로 입방아에 올랐지만, 김재호는 야구계 안팎을 통틀어 '적'이 거의 없다.
그는 늘 밝은 에너지를 갖고 경기에 임한다.
이런 그도 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대만전을 앞두고는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1라운드 탈락 확정'이라는 성적을 받아든 주장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알고 있는 듯했다.
몸을 풀기 위해 상기된 얼굴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가는 김재호에게 한 관계자가 "표정 관리 하세요"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김재호의 대답은 "속으로는 울고 있어요"였다.
그는 달려나가면서 이렇게 한마디만 하고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김재호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두산의 주장도 맡고 있다.
두산이 연패에 빠지거나 자신이 타격 부진에 시달릴 때도 김재호의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피곤하지 않도록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이런 김재호에 대해 팀 동료인 오재원은 "워낙 낙천적인 친구"라고 했고, 장원준은 "선수들을 편하게 해준다"고 했다.
이런 자세가 결국 화살이 돼 돌아왔기에 김재호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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