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배출권 보유기업 매도 대신 창고에 보관
업계 "시장조성자 거래참여 앞당겨 유동성 늘려야"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에너지 공기업인 남동발전은 온실가스 배출권 제출 시기를 3개월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할당받은 양만으로는 올해 배출권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예상되는 부족분은 20%가량으로, 이 기업이 과징금을 물지 않으려면 내년 할당량에서 차입하거나 시장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배출권을 마련해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전에 선취매한 물량을 보유한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남동발전과 같은 배출권 부족기업들은 매년 이맘때 배출권 확보를 위해 한국거래소 파생상품 시장이나 장외 시장을 기웃거려야 한다.
이처럼 배출권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배출권 시장은 3년 새 크게 성장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월 한국거래소에서 취급하기 시작한 탄소배출권 시장에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상기업 60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매년 정부로부터 일정량의 배출권을 할당받는데 남으면 시장에 내놓고, 모자라면 구매한다.
2015년 첫해 배출권 거래량은 하루 평균 5천133t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2만763t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 5천700만원에서 3억6천8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1만8천180t(거래대금 4억4천100만원)이 거래되는 등 배출권 시장의 외형은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문제는 배출권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아 매년 배출권 제출 시기를 앞두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15년 배출권 할당량은 5억4천300만t이었는데 거래량은 고작 124만t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5억3천만t을 기업에 할당했지만 거래량은 510만t에 그쳤다. 할당량의 1%가 시장에서 거래된 것이다.
그사이 가격은 급등했다.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 t당 7천860원하던 배출권은 지난달 7일 종가 기준으로 2만6천500원까지 뛰었다.
정부가 배출권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배출권 가격이 다소 내려갔지만 여전히 t당 2만4천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배출권 제출 시기(매년 6월)를 앞두고 거래가 집중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것은 잉여배출권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상쇄배출권 여유분이 많은 폐기물 업종이 주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발전·에너지업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배출권은 곧 생산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시장에 쉽게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출권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을 앞두고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과다 할당받았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많은 업체가 더 많은 거래비용이 드는 장외 시장에 배출권을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생산 증대 준비, 배출권 가격 상승 대비 등도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발전·석유화학·시멘트업종 등 27개 배출권 부족업체들은 예비분 추가 할당과 정부의 시장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장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장 참가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한 대기업의 배출권 담당자는 "할당량은 늘린다 하더라도 온실가스 규제 대상업체끼리의 거래만으로는 유동성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며 "시장조성자의 거래참여를 앞당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업체들은 잉여배출권 이월을 제한하거나 외부 사업에 대한 상쇄배출권 인증범위를 확대할 것 등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기재부는 배출권 수급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려 최근 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배출권 잉여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매도업체의 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유동성 확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부분적인 이월 제한은 물론 공적 은행 등을 시장조성자로 참여시켜 배출권 호가를 상시 제시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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