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 앨범 '불혹' 발매 음악감상회…"나이 드는 남자의 소회 담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낭만 가객' 최백호(67)는 가수로 더는 욕심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9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열린 기념 앨범 '불혹' 음악감상회에서 "이제는 인간으로서 불혹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정오 출시된 앨범은 지난달 선공개된 '바다 끝'과 데뷔곡이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새롭게 편곡해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2013년 '부산에 가면'을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맺은 에코브릿지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는 이 앨범에 나이가 들어가는 남자의 소회를 담고 싶었다고 소개하며 '하루 종일', '바다 끝' 등의 곡을 들려줬다.
"곧 일흔이 되는데 사랑 이야기는 불가능해요. '하루 종일'은 가까운 제 지인의 이야기죠. 젊은 시절 열정적으로 인생을 산 분인데 어느 날 '나 요양원 들어가기로 했어'라고 하셨어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제 모습을 봤는지 그분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 만든 노래입니다."
그는 '바다 끝'에 대해서도 "사랑도 이별도 외로움도 바다 끝에 내려놓겠다는 뜻을 담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음악감상회에는 에코브릿지가 참석해 최백호와의 작업 소감을 밝혔다.
에코브릿지는 "최백호의 음악은 목소리 하나더라"며 "톤 자체가 음악이어서 매만지지도 않았고 편집도 하지 않았다. 건드리면 그 매력이 사라지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2시간 동안 4곡을 녹음하셨다"며 "당황했지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음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앨범에는 트로트 가수 주현미와 뮤지컬 배우 박은태, 어반자카파의 조현아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최백호는 "예전에 아이유와 호흡을 맞췄던 것과는 또 완전히 달랐다"며 "이번 작업을 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다음에 내가 만든 노래를 할 때 이번에 배운 것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배답게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 등으로 타격을 받은 가요계에 대한 뼈 있는 조언도 했다.
그는 "중국 시장이 막히고 공연도 취소됐다고 한다"며 "우린 중국 없이도 잘 살지 않았나. 중국에 우리 연주인들이 나간 게 사실 얼마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없이 살아가는 길 역시 우리가 찾아야 하고, 이번 기회에 내실을 다져놓으면 더 좋은 한류의 기회가 올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한령이)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후배들에게 자신 역시 가수로서 치욕적인 시간도 보냈다며 "꾸준히 음악만 바라보고 가라고 말하고 싶다. 노래하는 사람이란 의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11~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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