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특검에 험로 예고한 이재용 부회장 재판

입력 2017-03-09 19:42  

[연합시론] 특검에 험로 예고한 이재용 부회장 재판

(서울=연합뉴스)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이 혐의 사실은 물론 공소장 자체의 효력까지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혐의 사실 부인이야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초장부터 공소장의 위법성을 제기한 것은 다소 뜻밖이다. 이 부회장 측이 화력을 총동원한 전면전을 예고한 게 아닌가 싶다. 특검은 영장 재청구 끝에 이 부회장을 어렵게 구속했다. 구속 수사가 필요한지를 놓고 법리적 논란이 없지 않았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검찰이 혐의 사실을 어느 정도 소명했는지와 피의자의 도주 및 증거 인멸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본다. 하지만 죄의 유무와 유죄 인정 시 형량을 결정하는 본 재판은 혐의사실 인정과 법리 적용의 엄격성에서 전혀 차원이 다르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사이에 전례 없이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듯하다.



이 부회장 측 대리인이 중대한 흠결로 지적한 논거는 '공소장 일본주의'이다. 간단히 말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을 하나만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된 원칙이긴 하나 일반 형사재판에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재판부로 하여금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서류 등이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되면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과 무죄 추정주의를 담보한다는 취지인 듯하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SDI 신주인수권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과 수사받은 사실 등이 특검 공소장 각주에 기재돼 있다"면서 재판부의 예단을 유도할 수 있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어 "이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고, 어떻게 범행을 공모했는지 특정되지 않아 방어가 아예 불가능하다"면서 이 또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의 공소장은 이 부회부장 측에 아직 열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최순실 씨 측에 총 433억원의 금전과 이익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재판부가 특검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을 갖고 이 부회장의 유죄를 인정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이 공소유지에 참여할 수 있는지도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법에 따르면 파견검사는 공소유지 권한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이는 특검 제도의 역사, 목적과도 연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특검보와 함께 파견검사 3명이 법정에 나오자 이를 문제삼은 것 같다. '최순실 특검법'을 보면, 공소유지는 특검과 특검보의 직무 범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파견검사의 공소유지 권한은 특검법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특검 측은 "특검 직무에 공소유지가 포함된 이상 공소유지를 위해 검사를 파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뿐 아니라 다른 특검이 기소한 재판에서도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면서 양측 의견을 검토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뜻인 듯하다. 만약 재판부가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특검은 공소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이 재판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검은 실제 수사기간 70일 중 30일 이상을 이 부회장 구속에 매달렸다. '삼성 특검'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지나치다 싶으리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 결국 박영수 특검의 성패는 이 부회장 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검 입장에서 본 게임은 지금부터인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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