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 올라올 것"이란 바람, 탈락 확정 뒤에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16개국 중 가장 오래 전지훈련을 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하지만 '싸울 준비'는 끝내지 못했다. 결국 2017년 WBC 서울라운드 개최국 한국은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1승 2패로 A조 3위에 그쳤다.
김인식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2월 12일∼23일) 중 "한 달 정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평소라면 시범경기가 개막할 시점인 3월 6일에 시작하는 WBC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특타를 자원하는 등 WBC 준비에 안간힘을 쓴 타자들도 많다.
하지만 '3월 말 혹은 4월 초에 타격감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일정'에 익숙한 선수들의 몸은 좀처럼 빠른 공과 변화구에 반응하지 못했다.
거의 모든 선수가 "공은 눈에 보이는데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시속 100㎞대 공을 보며 서서히 타격감을 올려가는 시기에 시속 140㎞ 이상의 빠른 공을 치는 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감독의 고민은 커갔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경기를 충분히 치르지 못한 채 WBC 무대에서 탈락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자주 들린 "서울라운드를 통과해 도쿄라운드에 진출하면 경기력은 확실히 상승할 것"이라는 바람은 자만에 가까웠다.
대표팀은 'A조 최강 네덜란드전에는 패하더라도 이스라엘과 대만은 확실히 잡는다'라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싸울 준비를 하지 못한 한국의 창은 무디기만 했다.
한국은 3월 6일 이스라엘과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전 끝에 1-2로 패했다.
투수진은 마이너리거가 주축을 이룬 이스라엘 타선을 10이닝 2실점으로 막았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타선은 전직 메이저리거 제이슨 마르키스(3이닝 2피안타 무실점), 소속팀을 찾지 못한 '무직 상태' 조시 자이드(3이닝 1피안타 무실점)에게 막혀 10회까지 단 한 점만 얻었다.
팀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고, 7일 네덜란드전에는 0-5로 완패했다. 1회부터 끌려갔고, 한 번도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패했다.
네덜란드가 가장 확실한 투수 릭 밴덴헐크(4이닝 2피안타 무실점)를 한국전 선발로 내세운 건, 불운으로 면피할 수 있다. 하지만 밴덴헐크 이후에 등판한 네덜란드 리그 소속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이미 도쿄라운드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만난 대만(9일)을 상대로 한풀이하듯 18안타(11득점)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2017년 WBC에 나선 한국 대표팀은 투수력에 대한 걱정이 컸다. 메이저리거가 빠지긴 했어도 KBO리그를 대표하고 국외 리그도 경험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한화 이글스) 등이 버틴 타선은 '강점'으로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나니, 타선의 부진이 심각했다.
제대로 공격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더그아웃에서도 분위기를 바꿀 작전이 나오지 않았다. 허무하게 1, 2차전을 패하고 너무 일찍 탈락이 확정됐다.
애초 복병으로 꼽혔지만 철저히 WBC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며 3승을 거둔 이스라엘과 대비돼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더 초라해 보인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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