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대가 300억 원 美갱조직에 쏟아붓다 다시 투옥

입력 2017-03-10 11:17  

억울한 옥살이 대가 300억 원 美갱조직에 쏟아붓다 다시 투옥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살인 누명을 쓰고 16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의 30대 남성이 천문학적 규모의 보상금을 시카고 범죄조직 재건에 쏟아부으며 우두머리 노릇을 하다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유죄 판결 후 무죄 판명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미 사법 사상 최대 규모' 보상금 2천5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손에 넣은 태디어스 TJ 히메네스(38)가 총기범죄 혐의로 기소돼 이날 법원에서 징역 9년 형을 선고받았다.

시카고 갱조직 일파 '사이먼 시티 로열스'에 합류한 히메네스는 2015년 8월 전 조직원 얼 캐스틸(33)의 다리에 2차례 총을 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유죄를 인정하고 캐스틸에게 합의금 630만 달러를 지급했다.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열린 이 날 재판에서 해리 라이넨웨버 판사는 총격 당시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고 "이 자체가 판결의 근거"라고 밝혔다.

동영상에는 히메네스가 사건 당일 벤츠차량에 동료 조직원을 태우고 시카고 북서부 어빙파크 지역 주택가를 지나가다 맞은편 차선에서 운전해오던 캐스틸을 만나고 그에게 반갑게 다가오던 캐스틸에게 "지금 널 쏘면 안돼? 라며 다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왔다.

잭 파든 연방 검사는 동영상에 대해 "야만적이고 잔인하고 몹시 우려스럽다"면서 "히메네스는 누구라도 쏘고 싶어 했다. 캐스틸은 그저 그곳에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히메네스는 삼촌이 속한 '사이먼 시티 로열스'에서 10세 때부터 약물 운반책 노릇을 했다.

그는 불과 13세 때인 1993년 경쟁 조직원(당시 19세)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인 1994년 징역 4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히메네스는 16년 복역 끝에 수감자 권리 단체의 도움으로 재심 기회를 얻어 2009년 무죄 석방됐고 이후 시카고 시와 경찰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 2012년 승소했다.

검찰은 히메네스가 거액의 보상금으로 명품 자동차를 사서 조직 간부들에게 나눠주고 구속된 조직원의 보석금을 납부했으며, 조직원 고용·총기 구매·약물 파티·포상금 지급 등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와 가족을 돕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거나 억울한 수감자를 지원하면서 새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돈으로 갱조직 재건을 도모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히메네스가 어린 나이에 무고하게 감옥에 갇혀 16년간 사회와 단절된 채 옥고를 치른 사실을 상기하며 법원의 선처를 당부했다.

스티브 그린버그 변호사는 "교도소 밖으로 나왔으나 삶을 가이드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거액의 보상금이 근본적인 치유를 주지 못했다"면서 "갱조직에 물심양면의 노력을 쏟아붓는 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로 오판했다"고 변론했다.

그는 히메네스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조직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려 했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적정 형량으로 제안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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