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NC 다이노스 원종현(30)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마운드에 오르면서 '극복의 역사'를 또 한 장 써냈다.
방출의 설움을 겪고 NC에서 재기한 원종현은 대장암까지 이겨내면서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1월 인터뷰에서 원종현은 "국제무대에서 제 강속구를 시험하는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거기서도 잘 통할까 궁금하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시속 155㎞에 달하는 자신의 강속구에 자부심을 느낀다.
"기회가 되는 대로 열심히 하겠다"는 그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서울라운드(1라운드 A조) 한국 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WBC에는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어서 선발투수가 길게 던질 수 없다. 그래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불펜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김 감독은 원종현을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전에 모두 내보내며 중용했다.
원종현은 시속 150㎞의 강속구를 당당하게 뿌리며 대표팀 마운드를 지켰다.
이스라엘전에는 1-1로 맞선 7회초 대표팀의 네 번째 투수로 나와 라이언 라반웨이와 타일러 크리거를 각각 뜬공과 땅볼로 처리, 강렬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타자 스콧 버챔에게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켰다.
네덜란드전에는 선발투수 우규민을 이어 4회말 2사 1루에 등판, 란돌프 오뒤버르를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5회말을 무실점으로 넘긴 그는 6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놓고 오뒤버르에게 통한의 2점포를 허용했다.
점수가 0-5로 벌어진 뼈 아픈 피홈런이었다.
이 경험으로 원종현은 더 단단해졌다.
그는 대만전에서 8-8로 맞선 8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10개의 공으로 세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대표팀은 이번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냈다.
대표팀은 세대교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김 감독은 9일 대만전 후 대표팀 감독을 그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젊은 선수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걸 느꼈을 거다. 앞으로 젊은 투수가 성장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원종현에게 "몸쪽의 공을 잘 던져야 한다. 최소 시속 145㎞ 공을 던져야 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도 그건 못 친다"며 열심히 연습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숫자상으로 원종현의 나이가 젊지는 않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대기만성'의 길을 걷는 그의 국가대표 투수 인생은 이제 힘차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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